[사설]장기화되는 중공업 임금교섭, 소탐대실 과오 범할라
국내 조선업계의 맏형으로 불리는 HD현대중공업이 장기화되는 임금교섭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조선업 호황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회사 내부적으로는 노사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금요일까지 17차례 파업을 단행했고, 이번 주도 파업을 계속 할 예정이라고 한다. 단체행동권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이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정당한 권리’라는 미명 아래 시설물 파손, 물류방해 같은 시대착오적인 불법 행위를 벌여서는 안된다. 불법파업은 생산 차질, 대외 신뢰도 하락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어지럽게 한다.
노조는 기본급 19만4800원 인상(호봉승급분포함), 65세 정년연장을 포함해 총 50개가 넘는 요구를 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직원들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명분이 약하다. 이번 노조 집행부는 지부장 선거에서 19만원의 기본급 인상을 이뤄내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당선됐다. 이런 무리한 공약이 교섭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이른바 국내 빅3 조선사 중 임금 및 단체협약이 마무리 되지 않은 조선사는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제시안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현재 조선업의 현실을 고려해 임단협 합의를 이루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어 HD현대중공업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가장 극렬하게 파업을 했던 한화오션의 노조가 대승적인 결단을 한 것에 대해서는 대내외에서 높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사내 소식지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이었던 2차 제시안보다 상향된 제시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조합원들이 빠른 교섭 마무리를 희망하는 만큼 임단협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울산상의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조선업계는 인력수급 어려움, 원자재 가격 상승, 기자재 공급망 불안 등 적지 않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임단협 교섭 장기화는 울산경제의 재도약에 힘을 보태주길 바랐던 울산시민들에게 실망감과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지난달부터 3~7시간 부분파업을 하고 있다. 현재 조선업계 실적을 고려할 때 사측이 적지 않은 임금 인상을 제안한만큼 노조도 이제는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