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한계 극복한 ‘감동의 휠체어 투혼’
2024-10-28 박재권 기자
울산에도 휠체어 럭비팀이 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울산에서 열린 제42회 전국장애인체전을 앞두고 종목 출전을 위해 전국에서 수소문한 끝에 급히 결성됐다.
초반에는 경기 방식과 규칙 등도 모른 채 대회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출전하는 경기마다 대패와 완패는 다반사였다. 그래도 포기는 없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손이 닳도록 수백, 수천, 수만번 휠체어 바퀴를 돌렸다.
이런 울산 휠체어 럭비팀인 ‘울산 웨일즈’가 지난 23일 경남 거제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44회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창단 후 감격의 첫 승을 따냈다.
기본적인 룰 조차 모르던 최중증 장애인들이 거친 몸싸움 끝에 따낸 승리여서 감동을 더했다.
울산 휠체어 럭비팀은 혼성 휠체어 럭비 선수부 16강전에서 전북을 상대로 43대26으로 이겼다.
당초 6명으로 구성된 팀이지만, 여자 선수 2명이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하게 돼 교체 선수 없이 4명으로 경기에 나선 끝에 체력적인 부담을 이겨내고 거둔 1승이라 더욱 값졌다. 팀 창단 이후 첫 승을 거둔 뒤, 주장 정일영(45·울산시장애인럭비협회)과 선수들을 비롯해 울산 휠체어 럭비팀을 응원하던 모두가 감격했다.
휠체어 럭비는 럭비와 휠체어 농구, 아이스 하키의 경기 규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종목이다.
경기를 위해 제조한 특수한 휠체어를 사용하는데, 수비형은 상대를 멈추게 하기 위한 막대가 앞쪽에 달려 있고, 공격형은 수비수를 피하기 위한 범퍼가 둘러져 있다.
공은 국제배구연맹이 규정한 배구공의 형태로, 공을 지닌 선수의 휠체어 바퀴 2개가 상대편 골대 선에 닿으면 득점한다.
휠체어 바퀴를 빠르고 힘차게 돌려야 하는 만큼 강한 근력이 필요하고, 순발력과 균형 감각도 요구된다. 거친 몸싸움은 기본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휠체어 럭비에 나서는 선수들은 척수 마비를 앓고 있는 중증 장애인이다.
정일영은 “휠체어 럭비는 경추 부분 등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스포츠다. 장애인들은 박진감을 느끼는 활동을 하기 어려운데 휠체어 럭비가 그것을 충족시켜 준다.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은 전북을 물리치고 그토록 염원하던 1승을 달성했다. 이들의 도전에 조력자로 나선 건 울산과학대학교 물리치료학과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울산 휠체어 럭비팀의 트레이닝 파트를 담당하며 함께 호흡했다. 타 시도 팀들과 달리 트레이너들이 젊다 보니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 기간과 학교 시험 기간이 겹치면서 1승의 순간에 함께 하지 못했다. 대신 학생들은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틈틈히 유튜브를 통해 멀리서나마 이들을 응원했다.
아쉽게도 울산 휠체어 럭비팀의 도전은 8강에서 멈췄다.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휠체어 럭비 최강 충북에게 23대47로 무릎을 꿇었다.
정일영은 “한계를 느꼈다기 보다는 하나라도 더 배운다는 입장으로 경기에 임했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일영은 선수층이 얇은 울산 휠체어 럭비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정일영은 “사회에서 소외돼 집에 있거나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휠체어 럭비에 참여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며 “장애인들이 사회 생활을 하는 데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망설이지 말고 우리와 함께 해달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울산 휠체어럭비팀은 지난 26일 대전과의 5~8위 결정전에서 25대67로 패해 28일 부산과 7~8위 결정전을 남겨 두고 있다. 경남 거제=박재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