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긴급 이사회 열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30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30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연다고 이날 이사들에게 통보했다.
이사회에 앞서 구체적인 의안은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영풍·MBK연합이 청구한 임시주총 소집 여부가 논의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또 고려아연 자사주의 우리사주조합 처분 등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 회장 측과 영풍·MBK연합은 앞서 진행한 공개매수를 통해 각각 추가 지분을 확보해 3% 안으로 지분 격차를 좁힌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자사주 1.4%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 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최 회장 측이 지분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이번 이사회에서 이 안건이 상정돼 통과하면 최 회장 측 의결권 지분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기존 34.05%에 공개매수를 통해 우군인 베인캐피털이 추가로 확보한 지분 1.41%, 이번 우리사주에 넘기는 자사주 1.4%를 더해 총 36.86%까지 늘게 된다. 영풍·MBK 연합이 확보한 지분 38.4%와 최 회장 측이 확보한 지분은 1.5%p 내외로 좁혀지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이날 고려아연은 보도자료를 내고 자사의 고객사인 국내 반도체 업계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반도체용 고순도 황산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한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국내 한 반도체 기업은 “반도체 제품 및 공정 난도가 증가함에 따라 황산 품질에서 특이점이 발생하면 반도체 생산과 품질관리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고려아연 반도체 황산의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유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황산 품질 미세 변동으로도 당사 공정 산포가 흔들리고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인수 추진 직후 고려아연의 국내외 고객사 80여곳은 최고 수준의 제품 품질이 저해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고려아연 품질 유지 요청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반도체 황산으로 불리는 고순도 황산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매우 중요한 소재로,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고순도 황산을 포함해 지난해 기준 연간 140만t의 황산을 생산해 국내 공급망 안정에 기여했다. 이렇게 생산된 황산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경영권 분쟁 사태로 인한 공급 차질을 염려해 고려아연으로부터 받는 반도체 황산 물량을 조정해 국내외 다른 업체로 공급처를 다양화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핵심 수요처가 사라지고 고려아연은 회사 차원에서 큰 손해를 입고 주주가치도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