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열심히 노력해도 따라잡기 힘든 이유
적자생존 이론을 바탕으로 월리엄 해밀턴이 쓴 책
대표적인 예인 도도새는 모리셔스 섬에 무성하게 자생하고 있던 칼바리야 나무(Calvaria tree)라고 불리는 나무의 열매를 먹고 살았다고 한다. 천적이 없는 평화로운 환경과 풍부한 먹이 덕분에 날아다닐 필요가 없어 날개가 퇴화해 버렸고, 빨리 뛰어다닐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다리도 짧았다. 15세기 초부터 시작된 대항해시대의 전개와 더불어 지리상의 발견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이 섬도 16세기 초 포르투갈인들에게 발견되었다.
모리셔스 섬을 발견한 포르투갈 선원들은 상륙해 먹을 거리를 찾았는데 그때 발견된 것이 도도새였다. 그 때까지 천적이 없고 인간을 본 적이 없는 이 새는 겁을 내지도 않았고 도망가지도 않았다. 결국, 자연스럽게 선원들의 좋은 식량이 되었다.(도도새의 ‘도도(Dodo)’는 포르투갈어로 ‘어리석다’라는 뜻) 이어 선원들을 통해 쥐, 개, 원숭이, 돼지 등의 외래동물이 모리셔스 섬에 들어오게 되고, 외래동물들에 의해 도도새의 알과 새끼들이 포식되면서 개체 수가 급감하게 된 끝에 멸종하게 되었다. 결국, 주변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발전, 진화하지 않은 종은 상대적인 환경과 관련 종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억지를 좀 부려보고 싶다. 16세기가 아닌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도도새처럼 멸종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죽어라 뛰어야 할까? 붉은 여왕의 이야기처럼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열심히 뛰어야 하고 나무를 벗어나려면 두 배 더 빨리 뛰어야 한다는데….
로버트 프랭크(코넬대학교 교수)의 저서
1970년대 영화 ‘하버드대학교의 공부벌레들’에서도 위치적 군비경쟁에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로스쿨 수재들도 낙제를 걱정해 자퇴하거나 자살 기도를 했으며 타인의 석차가 올라가면 자신의 석차가 밀린다는 생각에 거의 모든 학생이 밤샘 공부를 했고 그로 인해 증가된 스트레스는 학생들을 불행으로 내몰기도 했다.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소모적인 군비경쟁은 억제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협약이 필요하다. 미국과 소련 역시 전략무기 제한협정 등 군비 통제 협약을 체결했다. 개인, 집단 역시 군비경쟁을 막기 위해 규칙, 법률 등을 도입한 예로 스포츠에선 출전선수의 앤트리 제한과 클럽 개수를 14개 허용하는 골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전공공부를 10% 줄여라.” “연구과제의 성공 가능성이 80% 이상이면 연구비를 안 주겠다.” “휴학을 무제한 허용하겠다.” “실패연구소를 만들겠다”라며 학점보다는 경험에 주력하라는 취지의 일종의 위치적 군비 통제 협약의 제시로 한 인기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21세기는 소모적인 위치적 군비경쟁보다는 다양성 속에서 혁신과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
고 이어령 초대문화부장관은 이런 말을 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뛰면 1등은 한 명뿐이지만 360도로 뛰면 360명이 1등을 할 수 있다.”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