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스마트도시 울산 산업현장은 최첨단 변신중]3D조선소 등 신기술로 ‘Made in 울산’ 생산
지난 수십년간 국내대표 산업수도 자리를 지켜온 울산이 앞으로 ‘최첨단 스마트도시’로 새롭게 변화한다. 주력산업은 물론 이차전지, AI(인공지능), 반도체 소재, 농축산분야 신공법 적용 등 산업분야 스펙트럼도 다양화된다.
경제성장의 기틀을 다지던 시기 용접 불꽃이 타오르고, 제련소의 고로가 달아오른 울산의 산업현장은 새로운 일류 일터로 변신을 준비중이다.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가던 조선 강국의 조선소는 ‘자율운영 조선소’로 거듭나고, 제련소의 물류 현장에는 청정 수소에너지를 활용한 수소지게차가 세계 최고 ‘Made in 울산’ 제품을 생산한다. 세계 시장을 겨냥해 최첨단으로 변신 중인 울산의 산업 현장을 엿본다.
◇‘자율운영 조선소’로 경쟁력 높이는 조선업계
HD현대중공업은 조선 분야 생산성을 높이고, 사전 위험 요소를 없애 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 3200억원을 투자해 초격차 미래 조선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첫 출발은 ‘눈에 보이는 조선소’로 가상의 조선소에서 설계와 생산이 연결되고, 생산 현장을 한눈에 살펴 제어할 수 있게 한다.
‘눈에 보이는 조선소’는 가상공간에 현실 조선소를 3D로 구현한 가상 조선소 ‘트윈 포스’(TWIN FOS)가 핵심이다. 디지털 지도 위에 건조 중인 선박을 선택하면 건조 현황을 입체적 블록 형태로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대형 크레인, 트랜스포터, 지게차 등 동력·수송장비의 위치와 움직임 등 운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선박 건조가 이뤄지는 야드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중복 작업, 빈손 대기 등 생산 과정에서의 비효율을 크게 줄인다.
또 ‘눈에 보이는 조선소’ 도입으로 실제 업무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도입 전에는 부서별로 문서, 메일, 전화에 의존해 업무를 처리했다면, ‘트윈 포스’로 공정을 확인하고, 회의하는 게 일상이 됐다. 작업 중 확인이 필요한 3D도면은 사무실에 갈 필요 없이 휴대전화로 바로 볼 수 있어 작업 편의가 크게 개선됐다. 항목별로 나눠 확인했던 작업 내용, 공정 상황 등의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다.
실제 생산 과정에서는 정확한 생산 공정 실적 수집을 위해 공정별 특성에 맞는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해 실적 입력 체계를 정립했다. 지난해까지 실적을 강판에 석필하거나 사무실 PC에서 입력했던 것에서 AR마커, QR, 태블릿 등을 활용해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입력할 수 있게 했다. 이 덕분에 현장 현황 파악과 문제 분석이 쉬워졌다. 설계 정보를 활용한 공정 맞춤형 디지털 작업지시 시스템도 구축돼 선·후 공정간 데이터 공유와 협력 모니터링도 가능하게 됐다.
향후 2026년까지 추진될 2단계 ‘연결되고 예측 가능한 조선소’는 건조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합·연결하고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운영 조건을 도출할 수 있게 꾸려진다. 오는 2030년까지 마지막 3단계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가 완료되면 현대중공업 생산 현장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설계부터 인도까지 모든 공정이 최적의 조건으로 자동화되는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로 변신한다. 가상현실, 로보틱스, 자동화, 인공지능이 구현된 미래형 조선소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를 통해 생산성은 기존 대비 30% 높이고, 공기는 30% 단축하고, 자원 낭비 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산단 최초 수소지게차 운영, 수소충전소 도입
고려아연은 최근 국내 산업단지 최초로 수소충전소를 도입했다. 수소충전소는 온산제련소에 도입된 수소지게차를 위한 것이다. 지난 2022년 온산제련소에 수소지게차와 친환경 모빌리티 시범운영을 한 데 이어 본격적인 실증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적용 중이다.
온산제련소에 운영 중인 수소지게차는 현재 3t 1대, 5t 4대 등 총 5대로 물류 현장에 사용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총 30대의 수소지게차가 제련소를 누비게 되는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운영되는 지게차 140여대 가운데 5분의 1가량이 디젤엔진 대신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모터로 대체되는 셈이다. 이는 연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 880t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연료비도 디젤지게차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수소지게차는 배출가스가 없어 먼지나 소음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은 기존 전기지게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전기지게차가 리튬이온 배터리 기준 충전시간이 3시간가량, 납산배터리는 7~8시간 걸리던 것에 비하면 수소충전은 5분이면 충분해 산업 현장에서 운용하는 데 이점이 있다. 또 영하 30℃~영상 60℃에서 사용가능해 저온에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전기지게차의 단점도 극복할 수 있다. 온산제련소에 도입된 수소지게차에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가 탑재됐고, 3t급은 두산밥캣이, 5t급은 현대사이트솔루션이 제작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호주에서 수소산업 관련 비즈니스 모델 구축했다. 태양광·풍력 발전 등으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를 수전해에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암모니아와 결합해 국내 수입 또는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호주 암모니아 수입에 필요한 탱크터미널 암모니아 크래킹(수소 전환)시설, 수소 연료전지와 수소(전소) 터빈발전, 탄소포집 시설 개발 등을 진행하며 국내 그린수소 인프라 구축을 착착 진행 중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수소지게차 도입을 기반으로 수소 모빌리티를 상용화하고, 수소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또 호주에서 도입한 그린수소로 그린메탈을 생산해 친환경 녹색 제련소로 거듭나 2050년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