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출’에 20~30대도 낚였다
경기침체 겨냥 보이스피싱 기승
대환대출 최다…문자로 해킹도
젊은층에까지 ‘마수’ 피해 확산
2020-04-06 이춘봉
6일 울산 경찰에 따르면 경기 침체 장기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서민들의 어려운 자금 사정을 노린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젊은 층은 보이스피싱에 잘 당하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20대와 30대까지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일선 경찰서에서 파악한 피해자 4명 중 3명이 20대와 30대일 정도다.
최근 주로 이용되는 수법은 대환대출로 전체 보이스피싱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일명 대출 갈아타기로 불리는 대환대출은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주 대상이다.
고금리 대출을 받았거나 고려하는 이들은 캐피털 직원으로 가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보낸 저금리 대출 문구를 보고 연락하게 된다. 조직원은 상담을 통해 피해자의 이용 금리와 금액을 확인한 뒤 저렴한 금리로 갈아탈 것을 권유한다.
피해자는 기존 대출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는 말에 속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송금하거나 직접 현금을 인출해 전달한다. 현금 인출용 카드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해킹도 동원된다. 대출 승인용 문자나 SNS 메시지를 보낸 뒤 피해자가 승인을 누르면 자동으로 해킹 앱이 실행되는 구조다. 피해자가 인터넷을 통해 캐피털의 공식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하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연결돼 의심의 여지를 없앤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 피해자를 확인하고 피해 사실을 통보했지만 오히려 경찰을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의심하는 경우도 많을 정도로 수법이 교묘해졌다”며 “현금을 직접 전달하거나 카드를 요구할 경우 보이스피싱이 확실한 만큼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