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희망도시 문화예술인들이 생각하는 ‘문화도시 울산’ ]울산 전국 제1의 문화도시 되려면 문예활동 지원 필수
△참가자: 이충호 소설가(원로·문학), 김영미 무용가(중견·무용), 박은지 작가(신예·미술)
△시간 및 장소: 9월24일 오후 4시 경상일보 소회의실
△진행: 권지혜 사회문화부 기자
■ 이충호 소설가(원로·문학) 1955년생. 69세
시집 <마라도를 지나며> <바다, 머나먼 추억의 집> 시사 평론집 <시대와 갈등> 동서양 비교문학서 <장자와 워즈워드> 소설집 <메콩강에 지다> 장편소설 <바다로 가는 먼 길> 등
한국소설 문학상, PEN 문학상, 한국해양 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이주홍 문학상, 서울 시인상, 문화부 장관상, 대한민국 예술문화대상(문학 부문), 여수해양 문학상 등 수상
1981년부터 울산 활동, 후회한 적 없어
일자리 늘리면 젊은 문화인 유출 줄 것
문학에 매력 느끼도록 길 만들어야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은 이제 문화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공연장과 전시시설 등 문화 인프라는 광역시 승격 이후 몰라보게 확충되고 세계적 공연장 건립도 가시화 되고 있다.
세계적인 그라피티 작가들이 울산을 찾아 도심 곳곳에 작품을 남기는 등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울산은 여전히 문화 불모지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본보는 지령 1만호를 맞아 서로 다른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원로, 중견, 신예 문화예술인들과 ‘문화도시 울산’의 가능성과 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김영미 무용가(중견·무용)
1972년생, 52세, 울산학춤 계승자
2021년 ‘태화루에서 차 한잔 하실래요!’, 2023년 ‘반구천의 암각화’ ‘처용은 해결사’, 2024년 ‘오늘, 씻김하다’ 등
한국예총울산시연합회장상 공로패, 울산시장 표창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표창장,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장, 박태동 국회의원 표창장, 울산시의회 의장 공로패,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 공로패,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정부 표창 등 수상.
지역적 독창적 예술, 지역 알리는 효과
연구·후학양성으로 울산학춤 발전 노력
예술 전문가들이 지원금 심의 맡았으면
-울산에서 문화예술인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순간과 아쉬운 대목이 있다면.
△이충호 소설가= “1981년 한국문인협회 울산시지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울산에서 소설가로 활동하는 것을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문학은 나의 스승이다. 문학을 통해 정체성을 찾으며 사유가 깊어지고 있다.”
△김영미 무용가= “1997년 김성수 선생의 춤을 사사하면서 정식으로 무용에 입문했다. 울산학춤 계승자로 울산학춤을 선점하고 계승하면서 자긍심을 가진다. 지역적 독창적 예술은 지역성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울산을 알리는 등 효과가 크다. 후학들을 위해 더 많은 연구를 해서 울산학춤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은지 작가= “울산으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울산에 자리잡게 됐다. 올해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에 선정됐다. 울산에서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됐고 이를 계기로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생계 등을 이유로 문화예술만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박은지 작가(신예·미술)
1994년생, 30세
2021년 첫번째 개인전 ‘보이지 않는 끈’, 2024년 7번째 개인전 ‘투영’ 등
2024년 울산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작가, 2023~2024년 울산문화관광재단 청년예술인, 울주문화재단 울주아트지역작가 등으로 선정.
신진 문예인 전시회 관객 유입 적어
울산시 차원 홍보와 관심 절실
작업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 장기화도
-문화예술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문화도시 울산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1980년대만 해도 울산의 문학이 왕성한 시기가 아니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울산의 문화예술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제는 울산을 문화 불모지라고 해선 안된다. 그러나 문화예술에 대한 행정력은 가장 후순위다. 문화를 강조하면서 문화예술 예산부터 삭감하는데 너무 모순적이라고 생각한다. 행정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문화예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 예전에 비해 문화예술 지원금이 절반 정도 줄었다. 문화예술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원금을 더 늘리지는 못하더라도 유지는 해줬으면 한다.”
△김= “울산은 타지역에 비해 문화재가 많이 부족하다. 특히 무형문화재는 더 없다. 울산의 무형 문화재를 제도권 안에 넣어야 안정적으로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데, 울산은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또 문화예술은 지원금에 대한 의존이 클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지원금 심의를 맡았으면 한다. 예술강사 폐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박= “전시를 진행하다보면 작가들이 들인 노력에 비해 관객 유입이 적다. 특히 신진 문화예술인들의 전시나 공연은 노출이 더 안된다. 또 울산에서 전시를 할 공간 자체가 충분하지 않아 공간에 대한 걱정을 먼저 하게 된다. 대안공간이나 사설 갤러리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울산시가 자체적으로 작은 문화예술 활동도 홍보해줬으면 한다.”
-울산의 많은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타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들을 울산에 남게 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울산의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울산을 빠져나가는 건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과 일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면 자연스레 울산의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유출도 적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울산의 많은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인식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울산의 고유성과 독창성이 뛰어난 문화예술 개발의 중요성이 일찍이 거론되고 활성화됐어야 한다. 지금에라도 남아있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울산을 떠나는 경우가 감소한다.”
△박= “청년 작가들의 경우 지원금을 타기 바쁘다. 지원금이 생계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재료비에 보탬이라도 되자고 생각해서 지원한다. 그러나 지원금을 타기까지 절차가 까다롭고 들어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원금 일정에 맞추다보면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진다. 보통 청년 예술지원사업을 2년간 지원해주는데 장기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한다.”
-산업도시 울산이 문화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이= “이미 울산은 문화도시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래지향적으로 문화예술이 발전하고 있다. 문학계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문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줘야 신예작가가 많이 발굴될 수 있다. 행정당국에서 묵묵히 문화예술에 정진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해준다면 울산이 전국 제1의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
△김=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확대되고 확장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현재 울산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업인들이 살기 좋은 정책들의 취지가 좋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잘되면 문화예술도 살아난다. 문화와 예술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예산을 잘 분배해서 지원해준다면 울산도 충분히 문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박= “기존에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예우가 잘 됐으면 한다. 그러면 신진 문화예술인들도 울산에 남아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문화예술 공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울산시에서 지속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해 관심을 가져준다면 울산도 문화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
정리=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