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산업 협력 맞춤형 인재 양성”-“글로벌 경쟁력 제고 노력”
국내 1등 부자도시인 울산은 여전히 교육 불모지로 인식된다. 지역 청소년들 상당수가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위해 울산을 떠난다.
그들은 울산이 아닌 타지에서 일자리를 찾고, 결혼 등 인생의 꿈을 펼쳐 나간다. 수십년간 지속된 산업수도인 울산의 교육 현주소다.
이같은 현상은 인재유출, 청년 탈울산의 시초가 되는 셈이다. 궁극적으로 인구 유출, 지방소멸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지역 청년들의 울산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데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이 살아야 지방이 산다’는 인식 확산도 필요하다.
일하기 좋은 기업에 구직자들이 몰리듯, 명문 대학에 우수 인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울산대학교와 UNIST(울산과학기술원) 총장으로부터 울산이 나아가야 할 미래 교육 방향을 들어본다.
Q. 대학, 일자리를 찾아 울산을 떠나는 청년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오연천 울산대 총장 “크게 울산지역 대학 활성화 및 특성화, 고급 일자리 창출, 문화적 인프라 확충, 울산 특화 인프라 개발 네 가지 방안이 있다. 우선 학생들이 학업 중에 실천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협력 프로젝트를 확대함으로써 졸업 후 지역 내 취업 경쟁력을 높여 가시적 성과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울산시와 경제 주체는 신재생에너지, 정보기술(IT), 이차전지, 수소 등 새로운 산업을 적극 유치해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청년들이 미래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터전을 넓혀야 한다. 주거 조건의 개선과 문화, 예술, 스포츠 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울산의 조선, 자동차, 화학산업 인프라를 개방함으로써 청년들이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전공영역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박종래 UNIST 총장 “청년들이 살고 싶고, 찾고 싶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최우선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AI, 디지털, 생태친화를 기반으로 하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 안정적 결혼생활과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지속적 교육 및 문화적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인생 제2막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혁신 창업생태계 구축 등 도시의 재구조화도 중요하다. UNIST는 울산시, 지역 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청년들에게 현장 중심의 연구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과학기술 기반의 청년창업을 지원하면서 청년들이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만 문화적 환경이 아직 많이 열악한 상황이어서 울산시, 울주군과 긴밀하게 협력해서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Q. 울산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교육 인프라 확충은 필수적인 과제다. 교육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가.
오 총장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울산소재산업의 글로벌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미래기술과 결합된 전문기술 교육, 글로벌 역량을 배양하는 산업과 교육의 혁신적 연계, 국제화 지수를 높이는 것이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기존 산업을 기반으로 미래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혁신적 전략이 중요하다. 또 울산의 강력한 산업 기반을 활용해 지역 내 대학들과 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박 총장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을 성공적 삶으로 이끌 수 있는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생애전주기에 걸쳐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역의 대표적 교육기관인 UNIST와 울산대를 중심으로 울산의 교육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문성을 확보하고 심화시키기 위한 교육, 경력 전환을 위한 교육 등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AI 중심으로 펼쳐질 미래에는 자칫 소외되기 쉬운 인간관계 구축과 괴로움 및 고통 극복 능력 배양을 위한 교육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Q. ‘대학이 살아야 지방이 산다’는 관점에서 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이 있다면.
오 총장 “울산대는 모범적인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산업인 LINC사업을 2012년도부터 13년째 수행해오고 있으며 2023년에는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울산대는 융합과 개방을 모토로 대학을 근원적으로 혁신하기 위해 기존 10개 단과대학 51개 학부를 6개 대학 16개 학부로 개편했다. 아울러 아산아너스칼리지 대학을 신설해 창의적이고 융합형인 지역맞춤형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 울산대 출신의 인재들이 울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전의 혁신 노력을 기울이겠다.”
박 총장 “제조업 중심 지역 산업체의 성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울산의 재구조화, 르네상스의 필요성과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울산시와 함께 UNIST가 그 요구를 실현하는 중심 역할을 할 것이다. UNIST는 개교할 때부터 ‘First in Change’라는 슬로건 아래,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뛰었다. 세계적 연구중심 대학인, ‘울산의 스탠포드’로 도약하기 위해 다시 뛰고 있다. 대학의 핵심 책무인 교육과 연구 모든 면에서 울산시, 지역 산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기본으로 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Q. 지역 청년들이 갖춰야 할 울산정신을 꼽는다면.
오 총장 “울산의 청년들은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중공업, 자동차와 같은 중후장대한 산업을 기반으로 지금의 울산을 일으켜 세운 정주영 명예회장의 도전정신을 이어나가야 한다. 청년들은 이러한 도전 정신을 시대에 맞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한다. 또 창의성과 혁신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첨단 기술과 지속적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창의적 도전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들은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받아들이며, 국제적인 시각을 넓혀야 한다. 울산의 청년들이 이러한 정신을 내재화 한다면 울산은 글로벌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다.”
박 총장 “울산은 개척자들의 땅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개척자들이 울산에서 그들의 기업을 시작해서 세계적 대기업으로 키웠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렇게 기업을 키워온 개척자 정신이 응축된 땅이다. 울산 청년들이 오늘날에 되살려 계승 발전시켜야 할 울산정신은 바로 ‘개척자 정신’(PIONEERS SPIRIT)이다. 울산 청년들은 울산의 재구조화와 르네상스의 주역이 돼야 한다. 세계적 명품도시 울산을 탄생시키고 이끌어 갈 미래 지도자가 돼야 한다. 과학기술력과 문화력, 개척자 정신이 어우러져 융합적 연결력으로 발휘돼야 한다. 그래야 첨단산업의 도시, 생태친화형 문화도시의 주역,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 가는 리더가 될 것이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