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총력전으로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막아야

2024-11-04     김갑성 기자

치사율 100%인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남 양산시에도 감염목이 급증, 산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 내외 작은 선충이 북방수염하늘소·솔수염하늘소를 매개로 소나무류에 침투해 말라 죽게 만드는 병으로, 소나무 에이즈(AIDS)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매개충의 활동 범위 확대 등으로 지난 2022년부터 전국적으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양산시 방제 대상 소나무는 5만8000여 그루로 추정됐다. 실제 방제 나무 수는 2만9064그루였다. 양산시 관계자는 현재는 집계 기간이 아니라 정확한 올해 감염목 수를 알 수 없지만, 지난해보다 올해는 감염목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세는 비단 양산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3년 전국 감염목 수는 107만그루이고, 경남도는 41만여 그루다.

이같은 확산세는 기온 상승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매개충 주 활동 시기는 5~8월이지만, 올해는 9월 중순까지 더위가 이어져 자연스럽게 활동 기간도 늘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겨울철 날씨가 따뜻해 동면해야 할 시기에도 활동이 이어졌다.

양산시는 예산 문제로 인해 확산세 억제와 방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양산시 방제 예산은 41억여원(국·도비)으로 매년 늘고 있지만, 확산세와 감염목 처리 비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고사목 한 그루를 파쇄 또는 훈증하는 데 드는 비용은 15만~20만원 정도다. 이 밖에도 약제품, 인력비, 장비대 등까지 고려하면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다.

양산시의 경우 미처 방제하지 못한 감염목의 정도가 인근 시군에 비해 심하지 않은 편이지만, 예산 문제로 방제 처리를 못하고 누락된 나무들도 있는 실정이다. 이는 사람이 임야에 들어가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정확한 감염목 확인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는 모든 가용 인력과 자원을 동원해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경남도도 9월까지 드론·헬기를 활용한 예찰을 통해 피해 고사목을 철저히 조사한 뒤 10월부터는 산림 재해대책비 63억원을 포함한 방제사업비 111억원을 투입해 피해목 제거와 중요 지역 예방 나무주사를 병행하는 등 피해 확산 방지에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매개충 증가는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양산에는 통도사 무풍한솔길 같은 소나무 명소가 산재해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명소로까지 확산될 경우 그 피해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따라서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총력전을 펼쳐서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우리와 함께 한 소중한 산림 자원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민·관 모두가 방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김갑성 편집국 양산·기장본부장 gskim@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