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수칼럼]위기에 무기력한 여권, 몸 사릴때 아니다.

2024-11-04     김두수 기자

“정치적 비상 상황” “탄핵” “탄핵보다 임기 단축 개헌이 낫다”.(범야권)

“법률적으로 문제없는 부분” “일부가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방어하지만, 국민감정을 고려해야 한다”.(여권)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씨 간 통화 내용이 야당 지도부에 의해 공개된 후 정국을 강타하면서 이러한 극단적 언어들과 방어전이 난무하고 있다. 용산에선 야당발 강공 드라이브에 반박 논평을 내긴 하지만 여론은 역부족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192석 거대 야권은 주말 서울역 인근에서 대규모 장외전에 나섰다. ‘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 대회’를 개최한 것. 범야권은 나아가 사실상 ‘탄핵’에 불을 당겼다. 야당의 장외 전선과는 별개로 윤 정부의 5년 임기 반환점을 1주일 앞둔(11월10일) 작금의 국민 여론은 어떠한가.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9%, 부정 평가는 72%로 각각 집계됐다. 집권 이후 최저치다.

더욱이 윤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산업수도 울산을 비롯해 부산·경남 22%, 대구·경북(TK)에선 PK보다 4%p 낮은 18%를 기록했다. 역대 정부 임기 반환점에서도 최저치다. 여론 전문가들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한들 곧이듣지 않는다’는 속담과도 같은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판국에도 집권부 책임 있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나.

2년 전 집권 초반 그 많던 자칭 친윤(친윤석열)은 어딜갔나.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반윤(반 윤석열)에 공개적으로 십자 포화를 퍼붓던 ‘개국공신’들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들은 또한 어디 있나. 집권 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데도 단 한 명도 목숨 걸고 싸우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상당수는 이미 여의도 금배지와 정부산하 공기업자리 등 ‘전리품’을 챙겼으니 나름 배가 부른 것일까.

그뿐만이 아니다. 7·23 전당대회 가도에서 용산에 반기를 든 ‘한동훈’에게 무차별 공격을 감행한 그들조차도 바짝 엎드려 있는 형국이다. 여권 내부 친용산 원외 인사들은 또한 어떠한가. 방송토론에 나와 앞뒤도 맞지 않는 궤변까지 늘어놓고 있다. ‘마지막 남은 전리품’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재의 정국을 타개할 수 있는 특단의 해법은 무엇인가.

냉정하고도 입체적 진단을 하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에 있다.‘악성 종양’인지, 아니면 단순한 두통인지 전문의의 진단조차 없이 ‘아무 약이나 먹어라’는 식의 처방전이 난무하는 형국이다. 용산 밖의 진원지의 핵심은 명태균이다. 사정당국의 초고속 수사를 독려해 전광석화와도 같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동시에 대국민 설명에 이어 잘못한 일에 대해선 사과와 함께 분명한 개선책을 제시해야 할 때다. 문제를 풀어가는 쪽은 이슈를 생산한 용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크게는 집권당의 선장인 한동훈 대표가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와 관련된 유불리 계산은 없어야 한다. 윤 정부의 위기 대처에 적극 나서야 하는 무한 책임감을 가질 때 미래가 열린다. 국내외적 외우내환의 극한 상황이다. 김정은과 푸틴의 불장난은 단순한 북·러 관계가 아니다. 대통령의 자리는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흔들어대야 하는 건 아니다. 윤 대통령의 문제만도 아니다. 대한민국 국운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다. 108명 여당의 금배지들이 용산만 바라보고 침묵하는 건 비겁함을 넘어 치욕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네 편 내 편’ 따지며 갈라치는 건 여권 모두의 공멸이다. 차제에 울산 여권 가운데 친윤석열 핵심(박성민 전 전략기획부총장)·친한동훈 핵심(서범수 사무총장) 인사들도 몸을 사릴 때가 아니다. 범여권 전체의 진정성과 책임감을 기대한다.

김두수 서울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