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청년이 만드는 ‘문화산업’ 대표도시 울산을 기대하며
얼마 전, 새로운 ‘아파트(APT)’라는 노래가 발매되었다. 이를 접한 기성세대라면 울산 출신 가수 윤수일의 ‘아파트’를 누군가가 리메이크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번 곡은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와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만든 새로운 노래다. BTS와 블랙핑크 등을 보며 자란 오늘날의 10대들에게는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협업이 자연스러울지 모르지만, 20년 전을 기억하는 세대에겐 상당히 혁신적인 일로 다가온다.
브루노 마스는 그래미상을 15회나 수상한 아티스트로,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자랑한다. 오늘날 한국의 가수들이 그와 같은 세계적인 팝스타와 앨범을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SNS를 통해 소통하는 장면은 특별하다. 이제 K-팝 아이돌은 유럽과 미국에서 공연을 열고, K-드라마는 전 세계에 상영된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코리아’라는 단어가 한국인지 북한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웠던 시대에서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주목받고 협업을 원하는 존재로 성장한 것이다. 이는 ‘문화의 힘’이다.
울산은 제조업의 도시로, 세계적 대기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중산층이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제조업 외에는 청년, 특히 여성들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 유출이 심각한 도시이기도 하다. 청년이 떠나면 도시는 활력을 잃고, 성장 가능성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머물면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나갈 때, 그 도시는 활력과 성장의 동력을 얻는다.
울산이 청년들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산업 중에서도 ‘문화산업’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예전에는 방송이나 공연을 통해서만 문화산업이 전달되었다면, 이제는 개인 방송이나 SNS를 통해서도 큰 수익과 글로벌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시대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전문가 수준의 콘텐츠를 개인이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신문화산업’은 현대 문화산업의 주요한 흐름이다.
‘신문화산업’은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 간단한 장비로도 충분히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으며, 주제의 다양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울산시는 고사양 컴퓨터가 있는 편집실과 소규모 스튜디오 같은 인프라에 적은 투자를 통해 신문화산업을 지원할 수 있고, 콘텐츠 기획, 영상 촬영 및 편집, 마케팅 교육을 제공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이는 곧 크리에이터들과의 소통을 지원해 울산을 더욱 활기찬 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다. 그들이 소개하는 태화강 국가정원, 울산의 숨은 맛집, 다양한 축제와 기업들은 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울산을 알릴 수 있다.
얼마 전 김두겸 울산시장은 국제정원박람회와 함께 ‘정원도시’ 울산을 선포했다. 산업도시 울산이 지속 가능한 정원도시로 변모하는 비전은 매우 가치 있는 구상이다. 이러한 비전을 청년들과 함께 발전시키면 더욱 창의적이고 사람들이 찾고 싶어 하는 울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에서 1인 미디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울산을 알리는 공모전을 시작하는 작은 움직임이 나비효과가 되어 청년이 가득한 ‘문화도시 울산’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정협 서호홀딩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