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붉은 도끼[116]]13부. 흐르는 물(7) - 글 : 김태환
저번에 수자원공사 안내로 댐탐방에 나섰던 팀들이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 문학관에 집결해 있다고 했다. 점심 식사 전이면 언양에서 같이 만나자고 했다. 나는 세 사람이 따로 식사를 하겠다고 했다.
차를 출발시키기 전에 김용삼에게 전화를 했다. 제일슈퍼 바로 옆에 있는 중국집에서 점심을 같이 하자고 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대곡박물관에 같이 가자고 했다. 김용삼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승낙했다. 중국집 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중국집에 들어가니 김용삼은 아직 도착 전이었다. 세 사람이 자리에 앉아 주문을 넣고 있는데 김용삼이 들어왔다.
김용삼은 내 앞 자리에 두 여자가 마주앉아 있는 걸 보고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주문을 마치고 나서 김용삼을 두 여자에게 소개했다. 내가 보기에 김용삼 이야말로 수천 년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던 사람들의 후손이었다. 김용삼의 할아버지인 김일환이 천전리 서석문을 자유자재로 읽었다는 것은 대를 이어 구전되어 왔다는 것이었다. 아마 김용삼의 아버지 대에서 그 맥이 끊어진 것 같았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자 김용삼 자신도 놀라고 두 여자들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전리 서석문을 읽을 수 있다면 완전 대박인데요.”
김은경 시인이 놀랍다는 투로 이야기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방금 전까지 우울했던 분위기를 확 털어낸 듯했다. 나는 김용삼에게 20년 전에 일본 노인에게 팔아먹은 붉은 돌도끼가 수천 년 전에 만들어져 내려 온 것이라는 걸 알려 주었다.
“어떻습니까? 수천 년 동안 조상대대로 내려 온 물건을 단돈 몇 백만 원에 팔아치운 소감이.”
“수천 년이라구요? 설마요.”
김용삼은 믿기지 않는다는 투였다.
“네. 아마 오천 년쯤 되었을 겁니다. 그 돌도끼에 얽힌 이야기를 정확히 알아내야 하는데 말입니다.”
“돌도끼라니요?”
김은경 시인이 끼어들었다. 나는 잠시 후 전시회에서 돌도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로 하고 말문을 닫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유촌 마을의 김인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에 대곡 박물관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시간은 여유가 있었지만 김용삼까지 포함해 네 사람이 차를 타고 바로 대곡박물관으로 갔다. 대곡 박물관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차량이 주차해 있었다.
나는 박물관으로 들어서서 관장부터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이유를 묻는 직원에게 전시회 주인공인 일본인 화가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필요하면 통역까지 맡을 생각이라고 하자 바로 2층의 관장실로 안내했다. 김은경 시인과 김동휘 그리고 김용삼은 세미나실로 바로 가 있으라고 했다. 관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선 나는 깜작 놀랐다. 울산대학교의 이하우 교수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