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타의적 자린고비
옛날 한 구두쇠 집안의 이야기다. 며느리가 생선은 사지 않은 채 생선 장수의 손 씻은 물을 구해다 국을 끓였더니, 시아버지는 며느리더러 “그 손을 물독에 넣어 씻었더라면 두고두고 고깃국을 먹을 것을 아깝다”며 나무랐다고 한다. 또 한 구두쇠 영감은 자반 생선을 한 마리 사서 천장에 매달아 놓고 식구들이 밥을 먹게 했는데, 어쩌다 자반을 두 번 쳐다본 아들에게 “얼마나 물을 켜려고 그러느냐”며 야단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요즘 울산시교육청의 신세가 딱 이렇다. 집안 살림을 아끼고자 맹탕 고깃국을 끓였는데도 혼이 난 며느리, 생선을 쳐다만 봤는데도 야단 맞은 아들과 같다. 실제 시교육청은 최근 강도 높은 지출 구조 조정에 나섰다. 모든 부서에 내년도 예산을 일괄적으로 15%씩 ‘추가로 더’ 줄여달라는 방침을 내렸다. 이는 정부의 세손 결손으로 인해 재정 위기가 눈앞에 닥친 데 따른 조치였다.
이른바 ‘세수 펑크’로도 불리는 세수 결손에 2년 연속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는 현실화됐다. 올해 내국세가 당초예산 편성 당시 전망보다 22조10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68조9000억원에서 5조3000억원 감소한 63조6000억원가량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돈주머니가 쪼그라들면서 시교육청이 정부로부터 받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올해 1000억원가량 줄어든 약 2조2500억원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에도 세수 부족 사태로 시교육청에 와야 할 2676억원가량이 줄어든 바 있다.
시교육청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마른 수건 짜기’다. 본의 아니게 구두쇠 전략을 펼치게 되면서 ‘반드시 필요한’ 예산은 사수하려고 애쓰고 있다. 일선 부서에서는 더 이상 쥐어짜낼 게 없다는 곡소리가 나온다. 어딘가로부터 혼쭐날 것처럼 좌불안석이다.
불만도 나온다. 가뜩이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아 평소에도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있던 터다. 게다가 현금성 복지 사업에 관한 고강도 칼질까지 예고한 정부의 방침에 뼈가 아려온다. 시교육청의 현금 기반 학생복지 지원 사업인 초등학교 신입생 입학준비금은 핵심 정책 중 하나로, 한 해 규모는 10억원에 달한다.
오는 6일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이 2025년 본예산안을 발표한다. 아무리 밥 한 번 먹고 생선 한 번 쳐다본다 할지라도 학생 복지 향상과 지역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예산의 안위는 보장 받아야 할 일이다. 옛말 틀린 것 하나도 없다. 자의적 자린고비는 행복한데, 타의적 자린고비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ties@ksilbo.co.kr
이다예 사회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