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스톡홀름 콜투어후셋 문화예술특화도서관의 바코드 없는 책

2024-11-05     경상일보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는 ‘2023도서관상주작가’ 우수상에 선정되어 최근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스톡홀름 쿨투어후셋도서관, 주스웨덴한국문화원 간담회와 레지던즈 작가 면담, 예테보리도서관과 2024예테보리도서전,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숲에 다녀온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싣는다.

17시간을 날아 스웨덴 세르겔 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콜투어후셋 6개 도서관 중 2층 쿨투어도서관만 볼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는데 열람실 한쪽에 꽤 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둘러앉은 가운데 공간에서 한 사람이 춤을 추고 있었다. 춤인지 무용인지 어떤 행위인지 알 수 없지만 진지함이 느껴졌다. 무대도 없고, 장치도 없고, 별 음향도 없는데 사람들은 춤추는 사람의 몸짓에 집중하고 공감하고 탐구하는 것으로 보였다. 동아리 같기도 했는데, 열람실에서 하는 이 공연은 일상 같았다. 한 사람 순서가 끝나자 뒤에 앉아 있는 청년이 일어나서 앞으로 나갔다. 청년의 몸짓이 시작된다. 말 그대로 문화예술도서관이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거리 쪽 벽면이 모두 창으로 되어 밖이 훤히 보였다. 세르겔 광장이 도서관으로 들어와 있다. 광장과 하나인 열람실. 창 앞에는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소설, 영화, 음악, 만화 서가를 돌며 일행 중 한 명이 조용한 소리로 말했다. “책 앞 표지에 도서관 바코드가 없어요!” 그랬다. 책 표지에 도서관 표식이 없었다. 우리 도서관 책은 표지에 도서관 이름, 바코드, 등록번호가 적힌 종이와 보호필름이 붙어 있다. 그래서 책 표지의 디자인보다 도서관 표식이 먼저 눈에 띈다. 책 표지는 작가가 독자에게 하는 첫인사다. 책과 독자의 첫 만남. 책 표지에 도서관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요즘은 책 안쪽 날개에 RFID태그를 붙여 분실 방지는 물론 무인 대출까지 가능하다. 눈 밝은 이상수 작가님이 서가에서 한국 만화책 몇 권을 찾았다. 반가웠다.

콜투어후셋은 문화예술특화도서관이다. 일반도서관, 어린이도서관, 10~13세 청소년만 출입할 수 있는 티오트레톤, 14세 이상 청소년을 위한 라바, 만화도서관, 음악 영상도서관이 있고, 공연장 전시장이 함께 있다. 이 도서관은 자신의 땅을 의미 있게 이용하고 싶었던 독지가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스톡홀름 시에 땅을 기증하면서 문화 공간을 제안했고 시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건물은 20세기 스웨덴 최고 건축가 페테르 셀싱이 설계하여 1975년 10월15일 완공했다. 도서관은 스톡홀름을 대표하는 건물이 되었다.

총면적은 10억 제곱미터에 이르며 지금도 계속 건물 내에 새로운 문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연수에서 돌아와 콜투어후셋 도서관 자료를 찾아보니 3~5년 전 자료와 우리가 보고 왔던 도서관과는 또 달랐다. 도서관은 계속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책과 멀어지지 않게 하려고 아이들의 생각을 반영해 도서관을 바꾸고, 이용자의 접근성을 위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상업시설, 번화가에 도서관을 만드는 나라. 이 나라 사람들은 왜 이토록 책 읽기를 권하는 걸까? 왜 이렇게 멋진 도서관을 만드는 걸까? 연수에서 돌아와 도서관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이해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대화하고 토론하려면 단어를 잘 구사해야 하는데, 책읽기가 가장 쉽고, 좋고, 빠른 방법이니까요. 자신을 이해하고 싶어서요. 이해하고 위로받으면 앞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요. 책 읽으면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 공동체, 모두의 이익을 위해 도서관을 만들고 책을 읽는 거 같아요. 사회적 자본으로 도서관이 가장 좋다는 걸 아는 거죠.”

트윈세대 아이들을 위해 만든 티오트레톤을 꼭 보고 싶었는데 못 보고 와서 서운하다. 티오트레톤을 보려면, 절차를 통해 사전에 허락을 얻어야 한다. 방문이 승인되면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시간을 피해 안내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스톡홀름에 간다면 시간을 내어 6개 도서관, 전시장, 공연장이 있는 콜투어후셋을 천천히 즐겨보라 권하고 싶다.

하현숙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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