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메모리 반도체의 꽃, HBM

2024-11-05     경상일보

반도체는 크게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로 나누어진다. 인간의 뇌에 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컴퓨터나 전자기기의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는 컴퓨터 시스템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마이크로프로세스와 메모리, 입출력(I/O) 장치 등을 통합해 기계의 전반적인 성능을 향상시키는 반도체를 말한다. 최근에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자동차, 사물인터넷 등에 적용되며 스마트폰, 태블릿 PC, 서버, 게임 콘솔 등 많은 분야에 사용되고 있는 반도체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쓰임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분류된다. 컴퓨터에 탑재해 저장된 정보를 기반으로 연산 및 명령을 내리며 인간의 두뇌 역할을 맡은 중앙처리 장치인 CPU와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CPU, 그래픽(GPU), 통신, 카메라 등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만든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가 있다. AI 연산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 목적의 프로세스로 사람의 뇌 신경망을 모방해서 만든 신경망 처리 장치로도 불리는 NPU(Neural Processing Unit)도 시스템 반도체이다. 그리고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이미지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인간의 눈에 해당하는 이미지센서 또한 시스템 반도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USB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는 처리된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며 데이터를 읽고, 쓰는 기능을 수행한다. 메모리 반도체에는 정보를 기록하고 기록해 둔 정보를 읽거나 수정할 수 있는 램(RAM: Random Access Memory)과 기록된 정보를 읽을 수만 있고 수정할 수 없는 롬(ROM: Read-Only Memory)이 있다. 램(RAM)은 전원 차단 시, 기억 내용이 지워지므로 휘발성 메모리라 부르고 롬(ROM)은 전원이 차단되었을 때 기억 내용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비휘발성 메모리라 부른다.

최근 인공지능(AI)의 발달과 함께 현대 컴퓨팅 환경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High Bandwidth Memory)가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HBM은 위에서 설명한 D램을 3D 적층기술을 적용해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적층(건물처럼 쌓아 올리는 것)하고, 미세한 구멍을 뚫어 경로를 짧게 해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도록 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다. 이는 기존의 평면적인 2D 메모리 구조와 달리 직접 접속을 통해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이고 신호 전송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있어 월등한 성능을 발휘한다.

HDM기술의 중요성은 고성능 컴퓨팅의 요구사항이 증가함에 따라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머신 러닝(ML), 고성능 컴퓨팅(HPC) 등의 분야에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복잡한 연산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은 전통적인 메모리 솔루션들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HBM은 메모리 대역폭을 적층을 통해 대폭 확장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고대역폭을 요구하는 최신 컴퓨팅 환경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HBM 기술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으며, D램의 적층 정도에 따라서 HBM2(스택 당 8GB, 대역폭 256GB/s), HBM2E(스택 당 16GB, 대역폭 460GB/s), HBM3(스택 당 64GB, 대역폭 665GB/s)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3년 HBM을 세계최초로 개발한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3D 적층기술을 통해 16개의 D램 칩을 쌓아 올려 메모리 용량을 기존 대비 두 배로 증가시킨 HBM3E 8단을 다시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해 NVIDIA의 최신 GPU에 탑재했다. HBM의 후발주자격인 삼성전자도 HBM3E와 차세대 HBM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어 SK하이닉스와의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대한민국 메모리 반도체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더 진일보한 패키징 기술들을 활용해 ‘메모리 반도체의 꽃’인 HBM 시장을 석권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