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우승의 주역은 ‘언성 히어로(보이지 않는 영웅 조현우·김기희·고승범)’ 3인방

2024-11-05     박재권 기자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가 구단 사상 최초로 리그 3연패를 달성하며 ‘왕조’의 시작을 알린 가운데 울산의 ‘언성 히어로’ 3인방이 우승의 주역으로 꼽힌다.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와 수비수 김기희, 미드필더 고승범 등이 그 주인공이다.

‘언성 히어로’는 보이지 않는 영웅이라는 뜻으로, 남들 눈에 띄진 않지만 묵묵히 꼭 해야 할 일을 해냈던 이들의 활약 덕분에 ‘울산 천하’를 열어 젖힐 수 있었다.

국대 조현우, 리그 전경기 나서
14경기 클린시트로 능력 과시

◇16년 만에 골키퍼 출신 리그 최우수선수(MVP) 도전

지난 2020년 울산에 합류한 조현우는 매 시즌 빛나는 활약을 펼쳐 보였다.

울산이 앞서 리그 2연패를 이룰 때도 조현우는 꾸준하게 선방 능력을 과시하며 골문을 굳게 지켰다.

올해 조현우의 존재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 울산은 앞선 두 시즌만큼 상대 구단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상대 공격수들은 울산의 뒷문을 마음껏 열어젖히기 어려워했다. 조현우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울산이 위기 상황에서 조현우의 귀신같은 선방 덕에 실점을 면하는 장면은 수두룩하다.

조현우는 우승을 조기 확정지은 강원전까지 울산의 리그 36경기에 모두 출전해 14경기에서 클린시트(무실점)를 기록, 강등권에 있는 전북 현대의 김준홍과 공동 1위를 기록 중이다.

개인 기록과 팀 성적은 물론, ‘임팩트’ 면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조현우는 K리그 대상 시상식의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된다.

그동안 시즌 MVP는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휩쓸었다. 골키퍼가 이 상을 받은 건 2008년 이운재(당시 수원)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MVP는 우승팀이 가져가는 게 관례다.

조현우는 올해 시상식에서 8회 연속 K리그1 베스트11 선정 신기록도 노린다.

대구FC에서 뛰던 2017시즌부터 한 해도 빼놓지 않고 베스트11로 뽑혔던 그는 지난해 7회 연속으로 선정되며 신의손(사리체프·6회)을 넘어 이 부문 최다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조현우는 MVP를 받고 싶은 욕심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당당히 대답했다.

리더십 빛난 주장 김기희
나이 무관한 실력 보여줘

◇선수단 리더이자 최소 실점 주역

김기희는 지난해 중반 흔들렸던 팀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주장으로 낙점됐다.

주장 완장을 달자마자 그의 리더십을 빛을 내기 시작했고, 올해도 팀을 이끌었다.

김기희를 필두로 김영권, 황석호, 임종은, 이명재, 윤일록, 골키퍼 조현우까지 모두 30대다. 이로 인해 울산 수비의 노쇠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김기희는 “울산 수비진은 국가대표 최고의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제 옆에 (김)영권이가, 골문에는 (조)현우가 있다. 저도 그렇지만 (이)명재나 (윤)일록이도 국가대표다. 저희가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마다 나이 이야기가 나오더라. 그런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이와 무관하게 자리에 맞는 실력을 증명하면 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특히 김기희가 이끄는 수비 라인은 점차 조직력을 과시했다.

최근 강원과의 K리그1 36라운드까지 최근 9경기에서 6경기나 무실점을 기록했다.

울산은 현재 36경기에서 37실점으로 리그 12개 팀 중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이다.

팀 동료 주민규는 강원전 후 “주장인 (김)기희형이 헌신하면서 많은 역할을 해줬다. 중심을 잡아주면서 수비가 안정됐다”고 치켜세웠다.

고승범, 결정적 한 방 활약
약점인 미드필더 완벽 보완

◇이번 시즌 최고의 영입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울산 유니폼을 입은 고승범은 최고의 영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시즌 전 울산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3선 미드필더로 안성맞춤이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투지, 팀을 위한 헌신적인 플레이로 중원을 책임졌다.

이번 시즌 K리그1 26경기 3골 2도움으로 기록상으로는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그는 팀이 필요할 때 결정적인 한 방을 꽂았다. 지난 6월30일 포항 원정에서 절묘한 오른발 프리킥 골로 울산 데뷔골을 신고했다.

지난달 6일 김천 상무와 33라운드 최종전에서도 동점골을 넣었다. 이어 27일 포항과 동해안 더비에서도 선제골을 올렸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과거 이탈리아의 중원을 책임졌던 젠나로 가투소를 연상케 한다.

김판곤 울산 감독은 “젠나로 가투소 냄새가 조금 나더라. 능력도, 파이팅도 있다. 그렇다고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장점이 많은 선수다.”고 칭찬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