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어터지는 점자도서관 이전은 기약없어
2024-11-05 신동섭 기자
지난 2006년 개관해 20년 가까이 임대 건물에서 더부살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울산 점자도서관이 점차 증가하는 점자도서를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10여 년간 도서관 이전을 울산시에 요구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4일 남구 신정동 울산점자도서관. 근래 신축되는 도서관과 달리 입구부터 서가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점자도서가 가득한 서가 사이의 간격은 30~40㎝ 남짓으로 성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다.
대형 아파트 평수와 비슷한 43평 남짓 되는 도서관은 사무실을 제외하면 도서관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의자나 책상이 전무하다. 몇 년 전까지는 도서관 이용자들을 위한 책상과 의자 등을 비치해 뒀지만, 점차 늘어나는 도서량을 감당하지 못해 책상 등을 치우고 서가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책을 보거나 꽂는 일, 도서 정리 등 보통 도서관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행위들을 점자도서관에서는 하기 어렵다.
시 등에 따르면 점자도서관은 일반적인 도서관과 달리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도서, 음성도서, 확대 도서 등을 직접 생산하는 출판·인쇄 업무가 함께 이뤄진다. 이를 위해 책 원본과 원본 대비 2~3배 분량의 점자도서, 음성도서 등을 도서관 내에 소장하고 있다.
갈수록 소장 도서들이 늘어 지금은 음성도서 CD 등을 포함해 총 2만3000여권의 도서를 소장 중이다. 반면 보관해야 하는 서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도서관 이전이 시급하지만 시는 이전 부지 매입, 건립비용 등 예산 문제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점자도서관 이전을 위한 어떠한 논의나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철 점자지도원은 “점자를 모르면 전문직으로 진출할 수 없다. 전문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점자를 습득해야 한다”며 “요즘 점자도서에 비해 편리한 음성도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어 점자 독해력 문제가 걱정된다. 이들을 위해서 점자책을 많이 만들어 보급해야 하는데 비치 공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