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포비아’ 졸업앨범서 사라지는 교사들
울산 일선 학교의 졸업앨범에서 교사 얼굴이 사라지고 있다. 졸업앨범에 들어간 사진이 각종 딥페이크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이른바 ‘딥페이크 포비아’에 교사들이 정보 공개를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있어서다.
4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딥페이크 성 착취물이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대거 유포돼 논란이 되자 울산을 비롯한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피해 현황을 매주 조사하고 있다.
올해 누적 딥페이크 피해 신고는 552건으로, 최근 일주일 사이 10건 늘었다. 수사 의뢰 역시 10건 증가한 467건, 삭제 지원 연계 건수는 2건 증가한 247건으로 집계됐다. 전국 단위의 수치지만, 울산도 예외는 아니라는 게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지역 교사들은 자신의 사진이 SNS 또는 단체대화방 등에서 무단 배포돼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심지어 성 착취물 합성으로까지 이어질까봐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졸업앨범에 사진과 실명이 공개되는 게 가장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교사 정보는 졸업앨범 속 전체 교직원 현황, 부서별 교직원 소개, 각 학급 소개 등 총 세 번에 걸쳐 들어간다.
이에 현재 대부분 학교에서 교사가 원하지 않으면 개인 정보를 최소화해 졸업앨범을 제작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담임교사일지라도 사진과 이름을 모두 제외한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역의 한 고등학교는 최근 내부 설문조사를 통해 조정된 방안으로 졸업앨범을 제작하기로 했다. 교사 정보를 일괄적으로 공개했던 예년과 달리 교사 각자의 의견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또 다른 학교는 교사 증명사진을 넣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초·중·고 교원 35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졸업앨범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답변이 절반 이상이었다.
전교조, 교사노조 등 울산 교사단체들은 “교사들은 해마다 개인 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이는 교사들의 이른 퇴직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교사의 개인 정보 보호, 딥페이크 악용 등을 예방하고 근절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