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겸 울산시장 “소나무재선충병 국가차원 대응을”

2024-11-05     석현주 기자
김두겸 울산시장이 정부 당국에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현황과 방제 상황을 설명하고, 국가 차원의 대응을 건의했다.

김 시장은 재선충병 확산 방제를 위해서는 재선충병 특별방제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국가 재난 차원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관련 법령 개정과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지원 등을 건의했다. 이에 오는 19일 산림청장이 직접 울산을 방문하는 등 피해 현황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4일 김두겸 울산시장은 월간업무회의를 통해 관계 공무원을 대상으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현재 지역 내 방제 대상 소나무는 37만 그루에 달한다. 이에 시는 지난해와 올해 초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관련 예산으로 145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내년 4월까지 321억7800만원을 더 투입하기로 했다. 내년 4월까지 제거되는 감염목은 총 16만 그루다. 이 가운데 울주군에서만 15만 그루가 제거된다. 지역 내 감염목 37만 그루를 모두 제거하기 위해서는 3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와 내년 상반기 투입될 예산 321억7800만원 중 국비는 63억67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울산시가 32억1100만원을, 울주군이 226억원을 부담한다. 울산시가 국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며 추가 예산을 요청한 배경이다.

김 시장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는 울산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인근 지역으로 빠르게 번지는 만큼 밀양과 포항, 경주, 양산 등에서도 방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에 기생하는 선충(1㎜ 내외 크기)의 일종으로 나무 조직 내 수분·양분 이동 통로를 막아 소나무를 말려서 죽인다. 재선충은 너무 작아 스스로 나무를 옮겨 다니지 못해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충’ 몸에 침투해 다른 나무로 옮겨 다닌다. 특히 재선충 번식력은 매우 강해 암수 한 쌍이 20일 뒤 20만 마리까지 번식한다. 백신도 없어 걸리면 소나무가 말라 죽을 확률이 100%여서 ‘소나무 불치병’ 등으로 불린다. 특히 최근 들어 이상 기후로 인해 현재 감염목 규모나 확산 속도 등에 대한 정확한 예측도 힘들다. 울산시는 지난해 145억원가량을 투입해 감염목의 96% 이상을 제거하고 7000 그루가량만 남겨뒀지만, 1년새 37만 그루로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번이 2007년과 2015년에 이은 재선충병 ‘3차’ 확산기라고 본다. 재선충병을 어느 정도 통제했다는 정부의 방심과 예산 부족에 따른 소극적 방제 움직임이 누적돼 3차 확산을 불렀다고 평가한다. 기후 변화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온난화로 소나무 생육 여건이 악화되고 봄철 고온 현상 등으로 매개충의 조기 우화(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으로 변화)와 활동 기간 확대로 재선충병 발생 위험이 커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소나무재선충이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수분이 빠진 소나무는 지탱하는 힘이 약해 외부 충격을 받아 쓰러지면 언제든 사람이나 문화재가 다칠 위험성이 있다. 특히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는 잔뜩 마른 탓에 산불을 확산시킬 수도 있고, 산사태 위험도 커진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