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가 들려주는 재테크 이야기]상승세 탄 엔화…장기적 관점서 분할매수를
2024-11-07 서정혜 기자
최근 들어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첫째, 미·일 양국 간 통화정책의 기조가 바뀌고 있다. 앞서 미국을 비롯해 유럽, 한국 등의 중앙은행은 팬데믹 국면에서 공격적인 통화완화 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자, 금리를 올렸지만, 일본은 장기 경기 침체로 인해 이른바 ‘아베노믹스’라 불리는 마이너스 금리를 10년 넘도록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일본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미국은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 보다 낮아지는 등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은행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는 양국 간의 금리차 축소 기대가 강화되며 엔화의 강세를 이끌었다.
둘째, 일본계 해외투자 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오면서 엔화 환전 수요가 증가한 점도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이익 성장률이 올해 2분기 들어 하락했다. 미국의 고용 지표 이후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되고 일본계 투자자들이 미 증시 등에 투자한 자금을 본국으로 회수해 엔화 환전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셋째, 미·일 간 금리차 축소 기대와 함께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일본의 저금리 환경을 이용하여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부 청산된 점도 엔화 강세를 가속했다.
넷째, 일본 외환 당국이 엔화 절하가 일본 경제에 더 이상 득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공유해 대규모 시장 안정화 조치를 단행한 점도 엔화 강세 심리를 자극했다. 또한 지난 10월1일 일본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로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는 대규모 금융완화로 대표됐던 아베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를 끝내고 금리 인상 기조를 통한 물가 안정, 임금 인상으로 디플레이션 탈피 등을 목표로 하는 경제정책을 강조하고 있어 엔화 강세 심리를 더 자극하고 있다.
그럼 엔화 투자는 어떤 방법으로 할 수 있을까? 엔화 투자 방법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가장 쉽게 접근할 방법은 시중은행에서 외화예금 가입을 통해 엔화를 투자하는 것이다. 환차익으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비과세지만, 기준금리가 낮아 다른 통화 대비 이자율이 0%에 가까워 이자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엔화를 기반으로 한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만원 정도의 소액 자금으로 엔화에 투자할 수 있고 수수료가 저렴하지만,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세금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셋째, 일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이다. 한국의 증권회사를 통해 엔화로 환전한 다음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직접 매매하는 것이다. 이 역시 투자 시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세금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금융시장 변수 중 환율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이유는 다양한 경제지표, 정치적 사건,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등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 엔화의 방향성이 저평가 국면에서 정상화되어 가고 있어 투자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미·일 금리차가 축소되어 엔화의 가치가 상승했지만, 최근 미국 고용 지표의 안정과 이스라엘과 이란의 중동전쟁 리스크 확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되고 있어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완만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엔화 투자에 접근할 때는 단기 투자보다는 장기투자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분할해서 매수하길 추천한다.
최경헌 BNK경남은행 우정동금융센터 선임P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