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현대미술관, 우수작가 초대전 ‘눈부신 우리들의 날들’
2024-11-08 권지혜 기자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울산 동구 현대예술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수작가 초대전 ‘눈부신 우리들의 날들’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찾은 현대예술관 미술관. 울산에서 활동하는 송종구 작가를 비롯해 박재영, 신현채, 윤진석, 정은혜, 조태성, 최원우, 한부열, 황성제 등 발달장애 작가 9명이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수천갈래의 감정들을 아름다운 손끝 하나로 세상과 소통하는 작품 90여점을 만날 수 있었다.
송종구 작가는 고래, 북극곰, 점박이물범 등이 담긴 작품에서 멸종위기 바다 생물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느껴졌다. 송 작가는 작은 미용실 싸인볼들로 열기구 등을 그리고 또 전세계 국기들로 세계지도를 표현했는데 멸종위기 바다 생물을 그린 작품과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대중교통을 사랑하는 박재영 작가의 작품에는 버스, 지하철 등 교통수단이 항상 등장한다. 폐차하기 위해 들어오는 버스를 북극곰이 막는 모습을 통해 환경 보호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과 혼란하고 복잡한 시대상을 신호등이 고장난 사거리로 그린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로봇을 그리는 황성제 작가는 서로 다른 모습을 한 로봇들이 하나가 되는 것을 통해 동행을 표현한다. 로봇들이 가득한 양길 사이로 입체적으로 붙어있는 고무신과 운동화에서 ‘함께 가자’는 작가의 메시지가 크게 와닿았다.
오직 30㎝ 자로 작업하는 한부열 작가의 작품은 등장인물들이 손을 잡거나 함께하는 모습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어울려 살아가자는 작가의 생각이 느껴졌다.
서울의 오후, 스페인의 작은 마을 등 국내외의 풍경과 꽃 등을 그린 최원우 작가는 관찰한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발달장애 작가들의 특징이 가장 적게 보였다.
본인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 있다고 소개하는 신현채 작가는 외로울때 친구가 되어줬던 캐릭터들이 그림에 가득했다. 신 작가는 7마리의 길고양이에 색깔을 부여하고 소망을 적었는데 세상과 소통하며 여행하고 싶은 신 작가의 바람이 느껴졌다.
시계로 장소를 기억하는 윤진석 작가는 각기 다른 시계에 본인의 감정과 기억을 담은 것이 특징이었다. ‘내가 힘들때마다 위로가 됐던 가장 좋은 친구는 시계였다’는 윤 작가의 일기에서 시계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조태성 작가는 늑대, 호랑이 등 100호 사이즈의 큰 작품과 영상으로 마치 동물원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작품 위에 올려진 조 작가가 직접 만든 동물 작품들은 큰 사이즈의 작품과 대조를 이뤄 아기자기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정은혜 작가는 주변 사람들을 온기 가득하게 그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서로 포옹하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포옹을 사랑하는 정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번 전시회를 찾은 김현경(55·울산 동구)씨는 “서로 다른 개성으로 섬세하게 그린 작품들을 보는 동안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