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울산 북구, ‘제2의 빌바오’를 꿈꾸며
‘빌바오’는 1970년대 철강산업을 바탕으로 막강한 경제력을 뽐내는 스페인 제1의 부자도시였다. 산업 호황기에 인구 40만의 번영하는 도시로 성장했지만, 1980년대 세계 철강업계의 급변으로 도시는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 실업률은 35%에 달했으며, 인구의 20%가 급감하며 다가올 도시의 몰락을 예고했다.
그러나 빌바오는 ‘빌바오 효과’라는 경제용어를 탄생시킬 만큼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뤄냈다.(‘빌바오 효과’는 문화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나 현상을 말한다) 인구 40만의 도시에 매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도시재생사업’이 자리하고 있다.
위기와 쇠퇴의 갈림길에서 빌바오는 ‘인간중심의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 ‘세계적 문화도시’라는 명확한 비전을 수립하고 장기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시도했다.
빌바오에 조성된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 변화의 가장 큰 상징이다. 1997년 3만 2500㎡ 규모로 건립된 이 미술관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도시 전체의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했으며, 빌바오가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재탄생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빌바오는 이에 머무르지 않고 최근에는 ‘스마트시티’로의 변모를 꾀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2013년 ‘도시재생법’이 제정된 후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600여 곳에 이르는 마을과 도시가 도시재생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맞이했다. 그런데 왜 우리에겐 ‘빌바오’와 같은 성공적인 롤 모델을 찾기가 힘든 것일까? 이유는 ‘장기적인 시각’의 부족이다.
1980년대 시작된 빌바오의 도시재생사업은 25년 장기계획으로 진행됐다. 짧게는 3년, 길어야 5년 만에 끝나는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사업과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이다.
빌바오의 성공 사례는 도시재생의 핵심 원칙을 보여준다. 도시재생이 단순한 건물 리모델링이나 인프라 개선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통해 도시 브랜드 가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고, 관광과 문화 산업을 통해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도시재생사업을 시행했던 수많은 곳들이 사업 기간 중에만 반짝 빛을 냈다가 도시재생사업의 종료와 함께 활기를 잃어갔다. 도시재생사업은 사업의 특성상 단기간에 사업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사후관리가 꼭 필요한 사업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빌바오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도시재생의 장기적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 울산 북구는 지난 9월, 울산 지자체 중 최초로 전 의원 공동발의로 울산광역시 북구 도시재생사업 사후관리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도시재생사업이 끝난 후에도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그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더불어 예산지원을 통해 주민이 직접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도시재생을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초석을 다졌다.
울산 북구는 그동안 ‘염포·양정 도시재생사업’ ‘화봉꿈마루길 도시재생사업’ 그리고 최근 마무리된 ‘천걸음 이화정마을 도시재생사업’ 등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을 실시해 왔다.또한, 현재는 334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농소1동 도시재생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제정된 울산광역시 북구 도시재생사업 사후관리 조례가 도시재생사업의 체계적인 관리와 예산지원의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울산 북구가 ‘제2의 빌바오’로 거듭나는데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울산 북구에서 뿌려진 도시재생 사후관리의 씨앗이 전국적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꽃 피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조문경 울산 북구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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