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 울산, 정원도시로 다시 태어난다]70년대부터 계속된 녹화사업, 도심과 조화…세계적 유명세
싱가포르는 ‘공원’ 없이 설명할 수 없는 도시다. 1970년대부터 싱가포르 정부는 도시 개발과 함께 녹지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도시 개발이 자연 훼손을 수반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오히려 도시가 확장될수록 녹지율을 높여왔다. 그 결과 1997년 싱가포르의 녹지율은 46%에 도달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한 녹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50년간 사용해 온 ‘정원도시(Garden City)’라는 슬로건을 2012년 ‘정원 속의 도시(City in a Garden)’로 변경했다. 그리고 2021년에는 다시 ‘자연 속의 도시(City in Nature)’로 바꿨다. 정원 속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생태와 관광,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가꿔온 싱가포르 대표 정원들을 만나본다.
◇도심 속 열대 정원,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
싱가포르 도심에 위치한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s)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래로 자연 애호가와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식물 연구와 보존에 중점을 둔 이곳은 약 82만㎡의 넓이에 걸쳐 60만 종의 식물을 보유한 세계적인 열대 식물원이다.
1859년 개원한 보타닉 가든은 영국식 열대 식물원의 전형을 보여주며, 싱가포르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2015년 등재됐다. 개원 이후 열대 식물학과 원예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특히 고무 재배 연구 등 과학 지식 확산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해왔다. 보타닉 가든은 희귀 조류와 다양한 생물 종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본보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 수십 명의 사진작가들이 나무 위 둥지에서 희귀 새들을 촬영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싱가포르 국립공원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기존 생태 서식지를 복원해 멸종 위기종과 희귀종 보전을 강화하고, 시민들에게 자연 속에서의 더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싱가포르는 고도로 도시화된 환경 속에서도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복원된 서식지 덕분에 싱가포르 코프시아나 타이거 오키드 같은 희귀 식물을 정원과 공원,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오리엔탈 파이드 혼빌, 코먼 버드윙과 같은 조류와 나비도 도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샨-앙 모 키오 공원의 혁신적 생태복원
싱가포르가 도시 홍수 방지와 생태 복원을 목표로 개발한 비샨-앙 모 키오 공원(Bishan-Ang Mo Kio Park)도 주목할만 하다.
이 공원은 기존 콘크리트 수로를 약 3㎞ 길이의 자연 하천으로 전환해 싱가포르의 대표적 자연 기반 해법 사례로 자리잡았다. 비샨-앙 모 키오 공원의 핵심은 폭우 시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홍수 평원’ 시스템이다. 기존 콘크리트 수로 대신, 폭이 넓은 자연형 하천을 조성해 강물이 넘치더라도 주변으로 물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도심 홍수 예방 기능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유속을 조절하고 자연 정화 작용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식물과 습지를 강변에 배치했다. 덕분에 이 공원은 단순히 물의 흐름을 관리하는 역할을 넘어 수질 개선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 공공유역청(PUB) 관계자는 “비샨-앙 모 키오 공원은 도시 기반 시설을 친환경적으로 재해석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공원의 홍수 방지 효과가 입증되면서 점차 다른 지역에도 유사한 자연 기반 홍수 방어 체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자연 랜드마크,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싱가포르의 정원 철학과 녹지 정책을 상징하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는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잡았다.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뒤편에 위치한 이 거대한 식물원은 100만㎡ 규모의 매립지에 조성된 초대형 녹지 단지로, 2012년 개장 이후 도시 속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통해 단순히 나무를 많이 심는 녹지 조성에서 나아가, 다양한 생태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이곳의 ‘냉실’은 지중해성 기후와 고산지대에서 서식하는 식물을 위한 특별한 온실로, 싱가포르의 열대 기후에서 볼 수 없는 멸종 위기 식물까지 감상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시민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25~50m 높이의 ‘슈퍼트리’다. 이 철제 구조물에는 16만 개 이상의 식물이 심어져 나무 모양을 이루고 있으며, 슈퍼트리 2곳은 공중 보행로인 OCBC 스카이웨이로 연결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도시 전경을 조망할 수 있어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관광객들 모두에게 인기 있는 산책로가 됐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 홍보 담당자는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이 연구와 보존을 목적으로 한다면,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하다”며 “녹색 도시를 지향해 온 싱가포르의 비전을 잘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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