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수능, 보물찾기 시작

2024-11-13     경상일보

파란 하늘과 붉은 단풍을 모두 담아두고 싶은 가을, 문득 소풍을 떠나고 싶다. 소풍이라는 말만 들어도 그저 행복했던 초등학생 시절, 내가 가장 많이 기다린 소풍날의 행사는 ‘보물찾기’였다. 보물찾기가 시작되면, 파도소리 멀리 들려오는 울기등대 공원의 빽빽한 소나무 숲 사이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풀숲과 꽃을 살피면서 보물을 찾아 나섰다.

보물이라 해봐야 연필 한자루 공책 한권에 불과했지만, 그 작은 보물을 찾은 순간의 두근거림은 아직도 선명하다. 담임선생님이 몰래 숨겨두신 선물이 어딘가 있을 거라는 굳은 믿음, 어디에 어떤 선물이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미지의 설렘, 내가 먼저 찾고 싶었던 어린아이의 작은 욕심까지. 그리고 혹여나 선물을 찾지 못한 순간의 아쉬움까지 더해져, 짧은 순간 다양한 감정을 맛보았다.

보물을 찾아 뛰어다니던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 내 아이의 소풍을 준비하는 엄마가 되었다. 그 때의 설렘이 내 안에 있는 줄도 모르다가 갑자기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반복되는 일상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할 때, 열심히 가던 길에서 한순간 방향을 잃은 느낌이 들 때, 혹은 수능 시험 수험생들처럼 인생의 큰 고비를 넘어가야 하는 긴장의 순간이면 갑자기 나를 찾아오는 손님 같은 감정이다.

코 앞에 다가온 수능을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을 수험들생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큰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의 모든 것이 정해질 것 같은 불안감과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긴장감은 대부분의 수험생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일 것이다. 그 모든 걱정과 불안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되, 지금까지 노력해 온 자신의 든든한 편이 되어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

우리의 인생 여기저기에서 수능 시험과 같은 긴장과 불안의 순간을 만난다. 한가지 다행은, 쉽지 않은 그 길에 누군가 숨겨놓은 보물들도 있었다. 귀한 보물은 찾아내기가 쉽지도 않았고, 찾아낸 보물이 시시때때로 변하기도 했다. 반짝 빛나는 보물인 줄 알고 좋아했던 것이 어느 순간 퇴색되기도 하고, 반대로 별 볼 일 없어 보였던 나의 선택지가 시간이 지나 귀한 보물이 된 경험도 있었다.

바로 내일, 수험생들이 수능 시험이라는 중요한 시험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보물찾기 여행을 시작하면 좋겠다. 남들이 만든 남들과 똑같은 보물이 아니라, 자신에게 꼭 맞는 자신만이 밝힐 수 있는 귀한 보물을 찾아 나서길 바란다. 귀하게 찾아낸 보물 하나하나에 감사하며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이들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김건희 대송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