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열풍에 울산 곳곳 들어선 ‘맨발 산책로’ 지반성분 논쟁
2024-11-13 정혜윤 기자
12일 찾은 울산 범서읍 ‘물내음공원’.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공원에는 포근한 날씨 덕에 오전부터 산책하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러나 공원 한켠에 조성된 맨발 산책로와 신발장은 썰렁했다. 주민들은 해당 맨발 산책로가 흙이 아닌 입자가 굵은 모래로 조성되면서 이용이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 군으로 민원도 일부 접수되고 있는데, 주민들은 “최근 맨발 산책로가 개장해 기뻤는데 막상 걸어보니 마사토가 너무 거칠어 한 걸음도 제대로 걷기 힘들다”며 “자갈밭 수준이어서 실제 이용하는 시민들은 엉금엉금 겨우 걸어가고 있어, 부드러운 지반이 깔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맨발 산책로 인기가 이어지면서 군은 올해 물내음공원을 포함해 천상공원, 방기공원 등 관내 공원 6곳에 맨발 산책로를 조성했다. 북구, 동구 등에서도 기존 등산로나 저수지, 호수공원 내부에 맨발 산책로를 만들었다.
기존 등산로가 있는 경우 자연지반인 흙으로 맨발 산책로를 조성한다. 하지만 도심 속 공원의 경우 지자체가 산책길 지반을 습식(황토), 건식(마사토)을 결정해 조성해야 한다.
대다수 시민들은 부드러운 습식인 황토 맨발길을 원하는 반면 지자체는 유지·관리와 안전 차원에서 건식인 마사토 조성이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공적으로 공원에 황토를 깔게 되면 비가 오면 씻겨내려가 계속 보충해야 하고, 특히 미끄러워서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낙상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 마사토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마사토로 조성 뒤에도 부드러운 황토로 바꿔달라는 시민들의 요청이 일부 접수되는 만큼 지자체도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다.
북구는 등산로를 위주로 조성하되 인공적으로 조성하는 경우 황토와 마사토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맨발 산책로 조성에 나서고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내년에도 관내 맨발 산책길 7곳 가량을 조성할 예정인데, 황토 요구가 접수되는 만큼 일부 산책로에 별도로 ‘황토 구덩이’ 만들어 습식과 건식 모두를 즐길 수 있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