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대북전단금지법의 위헌결정에 대한 아쉬움
대북단체 등이 북한의 체제 및 김정은의 독재를 비판하는 대북전단을 풍선에 달아 북한 지역으로 살포했고, 맞대응으로 북한에서도 대남오물풍선을 연이어 날리고 있다. 또 북한의 오물풍선에 맞서 우리 쪽에서는 대북확성기 방송을 시작했고, 그에 맞춰 북한에서도 대남소음방송을 시작했다. 그렇게 되자, 휴전선 부근의 접경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소음방송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생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월31일에도 납북자단체는 11시에 파주의 6·25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대규모의 전단살포를 예고했고, 이에 맞서 파주 민통선 마을 주민 100여명은 트랙터 20여대를 몰고 이 장소로 집결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섰다. 그날 전단살포 자체는, 경기도까지 나서서 저지를 하고 양측의 충돌 방지를 위해 경찰인력 및 소방인력 800명까지 동원되는 바람에 취소됐지만, 대북단체는 조만간 다시 전단살포행사를 하겠다고 해 또 다른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필자의 좁은 소견으로는, 대북전단이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북한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처럼 보이고, 남북의 긴장관계만 높이고 정작 주장하는 바를 알리는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이는데도, 그런 전단행사를 꼭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주민들의 반발은 이해가 가고, 이를 막아선 경기도의 조치를 응원하고 싶다.
사실 이같은 충돌을 미연에 방지할 만한 법률이 있기도 했다. 2005년 12월29일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률에 처음부터 대북전단살포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14일 이 법률을 개정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정부의 승인 없이 북한을 향해 확성기 방송, 현수막 게시, 전단·USB·현금 등을 살포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추가로 넣었다. 흔히 ‘대북전단금지법’이라고 불리는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의 개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법률 개정에 대해 국내외에서 많은 비판이 있었다. 김정은을 비판하는 전단 살포를 형벌로서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대북단체는 개정된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의 해당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신청했고, 그에 대한 결론으로 헌재는 작년 9월26일 재판관 9명 중 7명의 찬성으로 위헌결정을 선고했다.
위헌에 찬성을 한 재판관들의 의견을 보면, 해당 조항이 제한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하고 있어서 문제라는 것이다. 대북전단은 경찰의 제지나 사전신고 및 금지통고와 같은 수단으로도 막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 위헌찬성의견 중 일부 재판관은 접경지 주민의 고통은 대북전단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의 도발행위로 발생하는 것인데, 그 고통의 책임을 대북전단으로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도 한다.
이에 반해 위헌을 반대한 재판관은 해당조항이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중 일부 표현의 방법을 금지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같은 의사를 기자회견이나 탈북자의 만남 등 다른 수단을 통해 얼마든지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접경지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중요한 법익의 침해·위험을 동등한 정도로 방지하려면 형사적인 처벌 이외에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현재와 같이 대북전단으로 인한 접경지 주민의 고통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돌이켜 보면, 소수의 위헌이 아니라는 의견이 더 타당해 보인다. 어쩌면 작년 9월26일이 아니라 접경지 주민의 고통이 조금 더 부각되고, 그로 인한 대북단체와의 갈등이 좀 더 첨예화된 현재 시점에서 헌재의 결정이 이루어졌다면 결론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위헌결정이 작년에 이미 나버린 것이 아쉽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