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만주 울산시점자도서관 관장, “공보물 등 점자 제작…시각장애인 알권리 보완해야”

2024-11-14     신동섭 기자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는 비장애인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합니다.”

이만주(사진) 울산시점자도서관 관장은 지난 2008년을 시작으로 10여 년간 울산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전달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 관장은 시각 2급, 지체 4급, 중복 1급 장애인이다. 중학교 시절 시신경 위축과 고관절 부상으로 시각·지체장애인이 됐다. 맹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복지과로 진학해 사회복지사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먼저 말하지 않으면, 겉모습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어 장애인임을 알 수 없다.

이 관장은 겉모습으로 인한 에피소드에 대해 “시각·지체장애인이다 보니 사람들이 잘 안 보이고, 허리도 잘 안 굽혀진다. 이 때문에 인사성이 없다고 오해를 사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관장은 그간 시각장애인 복지 향상과 관련해 많은 기관에서 상을 받았다. 도서관 입사 당시 1대뿐인 점자프린터기를 다양한 기관·기업에 후원을 요청해 6대로 늘렸다. 점자프린터기는 점자로 이뤄진 문서를 출력할 수 있어, 점자도서관에 필수적인 기기다.

최근에는 점자도서보다 USB 파일로 제작된 음성 도서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책 한 권 당 2~3권 분량의 점자 도서가 제작되는 것에 반해 음성 도서는 보관, 이동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영어, 중국어, 일본어 원본이나 전문 지식 등은 점자도서로만 습득할 수 있다.

이 관장은 “지난 1926년 송암 박두성 선생이 반포한 한글 점자는 비장애인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점자를 모르면 사실상 문맹 상태나 다름없다”며 “전문 지식과 다양한 직무 관련 정보를 습득하고, 생활 속 각종 물품에 부착된 점자 스티커를 통해 물품을 구별하는 등 시각장애인들의 삶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점자”라고 말했다.

이어 “점자는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훨씬 어렵다. 촉감에 의존하기 때문에 굳은살이 많은 경우 감각이 무뎌져 점자를 잘 읽을 수 없다. 이럴 경우 반복 연습만이 해답이다”며 “특히 나이가 들어 후천적 시각장애인이 된 경우 점자를 익히기 어려워 음성도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의 중요한 정보 습득 경로다. 비장애인들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경고문도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로 경고 표시가 돼 있지 않다면, 해당 물품이 위험한 물품인지 알 수 없다. 실제 지난해 시각장애인이 음료수로 오인해 건넨 빙초산을 마신 이웃이 숨지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병에 점자 표기 경고문이 부착돼 있지 않았다.

점자에 대한 대중 이미지와 시각장애인의 사회 진출은 이 관장 평생의 주요 화두다. 지난 10월께에는 북구 중산초등학교 전교생 및 교직원 1700여 명에게 점자 이름표를 제작 배포해 점자 인식 개선에 대한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관장은 시각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에 대해 “많은 이들이 맹인 안마사를 떠올리는데 관련 예산이 삭감되며 일자리를 잃는 맹인 안마사들이 많다”며 “기업들이 기업 복지 차원에서 맹인 안마사를 고용하는 등 사회공헌사업을 확장해 주셨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점자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이 관장은 “한 달에 보통 7만여 권가량의 책들이 출간되는데, 점자·음성 도서 제작에는 한 권에 수개월이 소요된다”며 “이렇다 보니 일반 책 출간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 소수의 책을 제작하고, 각종 공보물과 소식지, 재산·주민세 고지서를 점자로 제작해 시각장애인들의 알 권리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계속해서 도서는 제작되지만, 책을 비치할 공간조차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만주 울산시점자도서관장은 “제대로 된 도서관 기능을 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남은 인생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