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늘어만 가는 전자 폐기물
서랍을 열 때마다 이전에 사용한 스마트폰을 보고 처리방안을 고심한다. 서재에는 예전에 사용한 낡은 컴퓨터와 고장 난 모니터와 프린터, 낡은 헤드폰 등이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전자 폐기물(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 WEEE)의 쌓이는 수가 점점 더 늘어가고 그 속도도 빨라지는 걸 느낀다.
한때 사용했던 스마트폰은 본체와 배터리가 분리형이어서 가령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새 배터리만 교체하면 됐다. 그러나 요즘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기술 발전에 힘입은 덕분인지 더 가벼워지고 더 얇아져 휴대하기 간편하지만, 배터리의 수명이 떨어지면 스마트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스마트폰의 배터리의 수명은 기술적인 한계인지는 모르지만 2년을 넘기기 힘들어 보이며 결국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매함으로써 전자 폐기물을 더 빨리 양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릴 적 동네마다 한군데씩 보이던 ‘종합 전파상’이라는 간판을 단 만능가전 수리소도 이젠 거의 보기 힘들다. 간단한 부품만 교체하면 아직 충분히 쓸만한 제품도 기능 고장이란 이유로 폐기물로 취급되니 괜한 자원 낭비가 아닌가 싶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라는 광고 문구처럼, 튼튼하고 오래가는 제품은 보기 힘들다. 늘어만 가는 전자 폐기물을 보면 업계에서 인위적으로 수명이 짧은 제품을 만들어 새 상품으로의 교체 주기가 빨라지도록 의도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유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발간한 ‘4차 세계 전자 폐기물 실태 보고서’(The global e-waste monitor 2024)에서 지난 2022년 기준 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은 약 6200만t으로, 2010년보다 무려 82%가 늘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전자제품 교체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탓에 2030년엔 8200만t의 전자폐기물이 나올 전망이라 한다. 보고서는 특히 우리나라가 1인당 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인 17.9㎏의 전자 폐기물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전자 폐기물의 오직 17.4%만이 재활용된다는 것이다. 7~20% 정도는 타국으로 수출되고 약 8% 정도가 북반구의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으로 간다고 추측할 뿐이며 나머지는 파악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은 일부 기업들은 팔리지 않은 멀쩡한 재고품을 일부러 전자 폐기물로 몰아 파손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때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의 판매량을 떨어뜨릴 수 있는 재고품들을 할인해서 팔거나 제품을 구입하기 힘든 저소득층을 위해 기부하는 대신 소각하거나 파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자 폐기물(WEEE)은 중량으로 따지면 가장 귀중한 폐기물이라 한다. 전자 기기의 한 부품에 철, 구리, 알루미늄 같은 원자재뿐 아니라 코발트와 네오디뮴. 탄탈룸 등 갖가지 희토류 금속들이 쓰인다. 평범한 스마트폰에는 약 0.018g의 금, 0.34g의 은, 0.015g의 팔라듐, 소량의 백금이 들어 있다고 한다. 적은 양으로 보일지라도 구리 광석 1t보다 전자제품 1t에서 구리를 10~50배 이상 더 많이 찾을 수 있으며 금의 경우 가장 생산성 높은 금광에서 찾은 광석보다 스마트폰에서 1t당 100배 더 많은 양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세계 금 매장량의 7%가 현재 전자 폐기물에 섞여 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대규모 광업 및 광물 기업들은 전통적인 광산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대신, 일상적으로 사용된 제품에서 금속을 추출해 새로운 자원으로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전자 폐기물 재활용 부서를 설립하고 이른바 ‘도시 광산’으로 재정비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늘어만 가는 전자 폐기물의 낮은 재활용 비율을 본다면 원재료를 위한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와 오염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을 늘리며 재활용을 연구 개발(reduce reuse recycling 3R)하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기업은 지속적인 제품의 업데이트를 통한 수명 연장을 꾀해 전자 폐기물을 줄이고, 소비자도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습관을 생활화하자.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