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CK아트홀 폐관위기, 이젠 울산문화예술 되돌아볼 때
‘문화도시 울산’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울산의 예술은 다른 도시에 비해 낙후돼 있다. 울산시는 울산을 ‘꿀잼도시’로 만들기 위해 태화강 오페라하우스 건립, 대규모 파크골프장 건설 등 많은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소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소극장 등 생활 속의 예술은 만나기가 어렵다. 산업수도라는 이미지에 갇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울산지역 소극장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CK아트홀은 지난 2009년 개관해 울산시민들에게 문화욕구를 충족해준 몇 안되는 울산지역 대표 아트홀이다. 그런데 이 아트홀이 적자를 면하지 못해 폐관 위기를 맞았다. 최근 6개월간 1억원 가까이 적자가 나는 등 갈수록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CK아트홀은 내년 2월까지 멤버십 공연 티켓 3000매를 채우지 못하면 문을 닫을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초부터 판매를 시작한 티켓 서비스는 현재까지 100여매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울산은 누가 뭐래도 문화의 불모지가 맞다. 처음부터 공업도시로 출발했고, 광활한 울산 땅은 대부분 산업단지로 채워졌다. 1980년대 문화예술을 말하는 것은 사치와 다름 없었다. 그러나 광역시 승격이 이뤄지고 2000년대 들어 독자적인 문화예술 단체들이 생겨나면서 시는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울산의 근로자들은 서울의 문화예술과 비교하기 시작했고, 이는 자신들의 정주환경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울산의 문화예술은 그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특히 민간이 운영하는 소극장들은 늘 경영난에 허덕이며 근근히 연명해 왔다. CK아트홀이 10년 넘게 공연을 해왔지만 결국은 폐관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은 울산의 토양이 얼마나 척박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울산에는 CK아트홀 외에도 아트홀 마당, J아트홀, 극단 푸른가시, 토마토 소극장 등이 있지만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매 한가지다.
소규모 아트홀은 대규모 문화예술회관 등과는 달리 틈새를 메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민들의 문화예술 욕구를 충족해주고 나아가 울산 문화예술 공급의 저변을 탄탄하게 다지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소극장이 무너지면 울산 예술의 한 축이 사라지게 된다.
아트홀은 비록 민간의 영역이지만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방치하면 안된다. 울산시와 기업,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