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울산의 민낯

2024-11-18     차형석 기자

울산은 광역시 승격 이후 사회·경제·정치·문화·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눈부시게 성장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문화 분야는 광역지자체 최초로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될 만큼 큰 변화를 이뤘다. 이제 울산 시민들은 전시는 물론 연극이나 뮤지컬, 클래식 음악공연, 대중가수 콘서트 등을 타 대도시를 가지 않더라도 울산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종합 문화예술회관과 소극장, 갤러리 등이 5개 구·군마다 최소 1곳 이상 들어서 있고, 중구 성남동의 경우 소극장과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어 서울 인사동이나 부산 광복동 못지 않은 문화의 거리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각종 공연, 전시 등 문화행사와 축제 등이 연중 이어지며 과거 오랜 기간 들었던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은 이제 옛말이 됐다.

민선 8기 김두겸 시장은 나아가 산업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꿈의 도시 울산’ 조성을 목표로 세계적 공연장(국제아트센터) 건립 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히는 등 울산은 이제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변신을 꾀하고 있고 그 가능성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문화도시로 가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외형적 인프라 확충과는 대조적으로 문화 분야 인력·콘텐츠 등 소프트웨어와 내실 등은 여전히 허약하기 때문이다. 실제 2009년 개관한 울산의 대표적 민간 소극장 CK아트홀이 계속되는 적자에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한 것은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울산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CK아트홀은 최근 6개월 간 1억원 가까이 적자가 나는 등 갈수록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CK아트홀은 궁여지책으로 공연 10번을 9만9000원에 관람할 수 있는 1년 멤버십 공연 티켓 서비스를 내년 2월까지 3000매 목표로 판매에 들어갔고, 이를 토대로 운영을 지속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15년 역사의 CK아트홀이 자칫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비단 CK아트홀뿐 아니라 지역의 대부분의 민간 소극장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겪으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 소극장 대표는 “민간 소극장 운영은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라고 토로했다.

많은 돈을 들여 지역에서 창작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공연장에 관객들이 찾지 않으면 허사다. 얼마 전 울산연극창작소가 무대에 올린 ‘반구천의 암각화­선사에 새긴 뜻은’ 초연은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의 3분의 1가량만 겨우 채웠고, 이 또한 상당수가 초대권으로 입장한 관객들로 알려졌다.

울산이 진정한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갖춰진 인프라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끊임없는 창작 노력과 자생력 강화, 지자체의 지원, 여기에 시민들의 의식 개선 등이 합쳐졌을 때 그 첫 걸음을 내딛게 되는 게 아닐까.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