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지난 11월12일, 국내 AI 육성을 위해 ‘K-AI’를 초당적 협력 의제로 설정하고, 국내 AI 입법과 연구, 정책이 추진력 있게 실행될 수 있도록, 국회, 정부, 경제계가 모두 한자리에 참석해 ‘국가 AI 육성과 국가경제 발전에 여야산정이 초당적 협력’을 다짐하는 ‘K-AI의 미래, 국회가 뛴다’ 포럼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우리나라가 세계 AI 핵심 국가의 경쟁에서, 그리고 우리 기업이 글로벌 AI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필요한 AI 전략 등을 소개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9월26일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를 출범하고 2027년까지 AI 분야에서 미국·중국에 이은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AI 연산 인프라를 오는 2030년까지 현재 수준의 15배로 끌어올리고, 민간 산업계는 올해부터 4년간 AI 분야에 총 6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AI 분야가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화학상 수상자들 모두 AI 관련 학자, 기업연구원들이었던 만큼 작금의 세계의 흐름은 AI로 가고 있다 하겠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유치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이는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투자 유치, 부지확보, 건축허가 및 설계, 착공 등 구체적으로 사업이 진행 중인 데이터센터는 36개소로 그중 58.3%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신규 구축을 위한 계획단계(사업성 검토, MOU 체결 등)에 있는 데이터센터는 총 39개소로 그중 69.2%는 비수도권에 입지해 있다. 광주광역시는 국가적인 AI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해 작년 10월 출범시킨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AI 중심도시’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첨단기업 단지(수성 알파시티)에 AI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SK와 논의 중이다. 강원특별자치도 또한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타진하고 있다. 이 외에 기존 데이터센터 유치를 추진하던 지자체 상당수가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동시 검토하고 있다.
지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거액의 돈을 투자하며 매일 매일 새로운 AI 모델을 쏟아 내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AI 데이터센터 유치가 늦어진다면 지역의 산업경쟁력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미국 정부가 AI 기술을 핵무기 같은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간주해 개발 지원과 통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을 유추해 볼 때 AI 데이터센터 유치는 미룰 수 없는 숙제나 다름없게 됐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에 비해 지리적 제약이 적다. 전력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지리적·환경적 요건만 갖춘다면 최적 입지가 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강력한 컴퓨팅 파워 자원을 요구하기 때문에 전력이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구글이나 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광대하고 깊이 있는 AI 생태계를 갖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AI 반도체와 기술 지원, 인재 육성 등 협력 방안을 통해 지역의 수많은 AI 관련 스타트업과 연구기관, 지자체, 대학 등과 함께 글로벌 AI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울산은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풍력, 원자력 등 친환경 에너지원이 풍부해 데이터센터와 같은 에너지 집약적 시설에 적합하다. 특히 대규모 산업단지가 위치해 에너지 공급망이 이미 잘 구축되어 있다. 또한 울산 앞바다에서는 국내 최초로 수중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해수의 자연 냉각 효과를 활용해 데이터센터의 냉각 전력을 최대 70%까지 줄이고, 탄소 배출 감소 및 비용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술이다. 게다가 울산은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 제조와 관련된 산업 노하우가 풍부한 도시로서 관련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크다. 울산은 수도권과 거리가 있어 데이터센터의 지역 분산을 촉진할 수 있는 입지이며, 이는 수도권의 전력 과밀 문제 해소와 국가적 전력 균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울산광역시는 지역 내 모든 산업에 AI가 도입될 것으로 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역에서도 ‘K-컬쳐’와 더불어 ‘K-AI’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선도하는 신산업분야로 우뚝 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구자록 전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