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전구체 제조기술 국가핵심기술 됐다

2024-11-19     서정혜 기자
고려아연이 자사 전구체 제조기술에 대해 정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아 경영권 분쟁에서 ‘국가기간산업 보호’ 논리를 더욱 강하게 펼 수 있게 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려아연의 특정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확인 통보했다.

산업부는 고려아연의 전구체 제조 기술을 산업기밀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 외에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른 국가첨단전략기술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정부가 특별 관리한다.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은 정부로부터 개발 부담금 감면, 공장 인허가 단축 등 각종 지원 및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전구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으면서 향후 정부는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됐다.

또 고려아연이 합작 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할 때도 산업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고려아연은 영풍·MBK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던 지난 9월24일 산업부에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하이니켈 전구체는 전구체에서 니켈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여 에너지 밀도와 출력을 높일 수 있어 최근 이차전지 업계에서 자동차용 고급 배터리로 수요가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한국의 이차전지 기업들은 그동안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전구체를 비롯한 양극재 소재를 의존했다.

고려아연은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해 국내에서 하이니켈 전구체 대량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 고려아연은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가 발주한 ‘2024년도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 중 ‘저순도 니켈 산화광 및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 원료 소재 제조 기술개발’ 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10개 산학연 기관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183억6000만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며 기관이 부담하는 투자액까지 포함하면 총 239억8000만원 규모다. 연구 기간은 54개월로, 오는 2028년 12월까지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고려아연이 중국 등 외국에 자사가 매각되기 어렵게 해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MBK의 사업 구상에 타격을 주고,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국가기간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했다.

또 고려아연은 최근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진했던 유상증자가 무산되면서 지분 구조상 영풍·MBK연합에 뒤쳐졌는데,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일반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 이차전지 소재의 핵심 광물 공급망 다양화를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배터리 산업의 경제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