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불법사금융의 실태와 대처법
2024-11-20 박재권 기자
도대체 불법사금융이 무엇이길래 대통령까지 나서서 발본색원을 지시한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지난 9월 홀로 6살짜리 딸을 키우던 30대 여성이 사채업자의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결국 전주의 한 펜션에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해당 여성은 수십 만원을 사채업자로부터 빌리고 수천%에 달하는 연이자를 지급했지만, 결국 사채를 감당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채업자들은 상환이 1분 늦어질 때마다 1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연락해 협박했으며, 심지어 딸이 다니는 유치원 선생님에게도 전화를 걸어 피해자를 협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망한 피해자가 유서를 통해 딸에게 ‘죽어서도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서도 사랑한다’ ‘부모라는 울타리조차 든든한 버팀목조차 되어주지 못하고 너에게 큰 짐이 되고 걸림돌이 돼 미안해’라는 말을 남겼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뒤, 가슴이 먹먹해지고 너무나 안타까웠다.
우리 경찰은 지속적으로 불법사금융과 관련된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기간별로 기획 수사를 통해 범인을 검거하고 있다.
그러나 위 사례와 같이 사금융을 통해돈을 빌린 것 자체를 마치 죄지은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된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거두절미하고 최근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불법사금융의 행태에 대해서 설명해본다. 수법은 간단하다.
불법사금융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단 합법적으로 광고를 낼 수 있도록 대부업등록을 하고, 등록된 대부업 명칭으로 인터넷 등을 통해 ‘아무나 대출을 해 준다’는 식으로 광고를 한다. 그러면 광고를 보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전화를 하게 되는데, 이때 등록업체는 빠지고 바로 무등록 대부업체로 연결시켜 고리의 이자 지급을 약속하고 필요한 금액을 빌려준다. 담보는 채무자의 휴대전화에 입력돼 있는 연락처를 넘겨주는 것이다.
얼굴도 볼 필요가 없고 만나서 계약서를 쓸 필요도 없으며 무슨 일을 하는지 왜 돈이 필요한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만 넘겨주면 바로 필요한 돈을 대부해 주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하게 된다.
채무자가 돈을 빌린 후 제날짜에 이자와 원금을 변제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급전까지 빌려쓰는 사람이 갑자기 빌린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후 불법채권추심의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불법 채권 추심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담보로 받았던 연락처에서 부모나 친인척 또는 가장 친한 지인에게 전화나 문자를 해서 ‘돈을 빌려서 갚지 않는다’ ‘못된 사람이다’ 정도만 고지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청난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고 범인들이 요구하는 돈을 입금하게 되는 것이다.
범인들은 연락처를 이용해서 협박했는데도 돈을 갚지 못한다고 해서 절대 그 채권을 포기하지 않는다. 원금에 이자를 합친 금액을 원금으로 산정해서 재계약을 하고, 그 계약서를 이용해서 더 많은 이자와 원금 상환을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최초 차용한 금액의 수백배, 수천배에 해당하는 차용 금액이 발생하는 것이다.
불법사금융이든 아니든 돈을 빌리는 것은 절대 범죄가 아니다. 범죄는 어떤식으로든 법정 제한 이자율을 초과해서 돈을 받아내려는 범인들이 저지르는 것이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렸는데, 상대방이 법정 제한 이자율을 초과한 이자 지급을 요구한다면 바로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면 된다.
우리 경찰은 매년 불법사금융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하고 있고 언제든지 피해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을 찾아가는 순간 이미 고민이 해결된 것으로 생각해도 된다.
김현석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팀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