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선충과의 전쟁은 예산과의 전쟁이다
울산시와 울주군, 산림청이 19일 온산읍 삼평리 일원에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이날 현장에는 김두겸 시장, 이순걸 울주군수, 임상섭 산림청장이 참석했다. 또 국립산림과학원, 한국임업진흥원, 산림기술사 등 재선충병 전문가들이 함께 동행했다. 산림청은 20일까지 울산을 비롯한 경주, 포항, 안동, 구미, 밀양, 양평 등 7개 피해극심지역을 돌아보는 중이다.
울주군은 울산에서 재선충 피해가 가장 극심한 곳으로, 지난 2000년 온산읍에서 소나무재선충이 최초로 발생했다. 지난 2021년 재선충 피해 나무는 2만 그루로 전년 5만 그루 보다는 대폭 감소했지만, 지난해 3만 그루, 올해 5만 그루로 피해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해안가인 온산·서생 지역은 울산지역 전체 피해목 8만 그루의 62.5%가 몰려 있다.
재선충은 0.6~1㎜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강력한 번식력을 갖고 있다. 북방수염하늘소, 솔수염하늘소를 매개로 소나무에 침투해 줄기부터 가지, 뿌리까지 파고들면서 수분 이동을 막아 소나무를 고사시킨다. 치사율 100%의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리면 1년 안에 말라 죽는다. 재선충과 매개충은 10월이 되면 고사목에서 움직이지 않고 겨울을 난다. 이 때 벌목해 약품 처리 후 포장재로 덮어 훈증 처리를 하거나 파쇄한다. 이 작업을 4월까지 마치지 못하면 고사목에 웅크리고 있던 재선충과 매개충이 깨어나면서 급속도로 번지게 된다. 방제 시기를 놓쳐 5월에 매개충이 우화하고 나면 주변은 초토화된다.
군은 매년 40억원을 투입해 방제 작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확산세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울주군이 방제에 들인 예산은 2020년 53억원에서 올해 현재까지 227억원으로 4배나 증가했다. 첫 발생 이후 25년 간 약 1000억원의 방제 비용을 지출했지만 피해면적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급속도로 번지는 재선충을 막기 위해서는 단체장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먼저 막대한 방제 비용이 있어야 한다. 울주군의 경우 올해만 177억원을 지방비로 부담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찔금찔금 내려오는 국비예산으로는 방제 시기만 놓칠 뿐 들불처럼 번지는 재선충의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 이날 산림청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방제전략 수립 등 6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하지만 재선충병은 지방자치단체장의 힘만으로는 불가항력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울산과 같은 대규모 피해지역은 국가적인 대책과 예산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