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울산과 지역 인재
울산 공업탑 로터리나 시내 주요 지역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향토기업 고려아연을 지켜냅시다.’ 어떻게 보면 일반 회사의 경영권 문제이지만, 지방 붕괴가 일어나는 시점에 지역 연고의 대기업이 영향을 받는다면 지역 대학생들의 취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최근 국가적으로 지방이 붕괴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국가의 모든 부분이 집중화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지역 대학의 붕괴이다. 지역 대학 붕괴의 가장 큰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들의 서울 집중 선호이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금속재료을 연구하는 전문가로써 울산은 세계 최고의 비철 산업단지이다. 금속 재료를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울산은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산업단지이다. 울산에는 고려아연, LS-Nikko, 풍산, 울산 알루미늄 등 산업적으로 정말 중요한 비철금속 기업들이 몰려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에너지, S-OIL 등 최고 기업들도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본사가 거의 다 서울에 있다는 점이다. 과연 지역 대학 졸업생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을까? 이미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청년들의 탈울산 행렬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를 저지하지 못하면 인구가 줄고, 결국 지방 붕괴, 지역 대학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상생을 위해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기업들의 본사를 국가가 나서서 각 지역에 분산시켜야 한다.
2. 지역 최고급 R&D 인재를 지역에 남게 해야 한다. 울산지역에는 많은 대학이 있지 않다. 울산과학대와 춘해대는 현장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울산대는 유일한 4년제 종합대학으로 현장 관리 인력과 고급 R&D 인력을 육성한다. UNIST는 최상위의 R&D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들 대학의 졸업자 중 지역에 남는 인력은 현장 인력과 현장 관리 인력뿐이다. 최고급 R&D 인력은 결국 지역을 떠나게 된다. 울산대와 UNIST의 최상위 석·박사급 인력이 취업할 국가 R&D 센터나 기업연구소가 거의 없다. 대전처럼 R&D기관을 적극 유치해 최상위 석·박사 인재들이 지역에 남아 가정을 이루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해야 한다.
3. 시차원에서 인문, 예술 등 비이공계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전향적 지원이 필요하다.
울산이 최고의 공업도시라 하더라도 이공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다양한 학문 분야 전문 졸업자들이 사회를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 대학에선 인문학 등 비이공계가 소멸하고 있다. 지역 고교 졸업생들은 비이공계를 전공하고 싶어도 학과가 없어지면 결국 타 지역 대학으로 진학하고, 그곳에서 자리를 잡게 된다. 청년 인구의 순유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K-Culture는 K-Pop, K-Food 등과 더불어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K-Novel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유명 대학들도 K-문화를 배우기 위해 ‘한국학, 한국어 학과’를 개설하고 있으며, 그 열기는 실로 대단하다. 해외의 젊은이들이 한국으로 몰려들 때 울산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울산대는 프랑스학과를 폐과시켰다. 인문학 분야의 학과 유지는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다. 이럴 때 시의 강력한 정책과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이공계는 서울 경기로 떠나고, 비이공계는 사라지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5. 이젠 외국 고급 인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해외 젊은 인재들이 울산에서 청춘을 보내게 되면, 울산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다.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울산에 오는 해외 유학생들을 시 차원에서 대학과 협력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해외 유학생들의 정확한 통계와 관리, 해외 유학생을 위한 시티투어, 문화체험 등을 통해 ‘친 울산파’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이런 고급 인재(유학 오는 학생들은 각국의 최상위층)들은 울산의 핵심 기관과 연구기관에 자연스럽게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지역의 고급 인재로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현실은 상당히 어렵다. 더 늦기 전에 시와 우리 지역 대학, 그리고 다양한 연구기관들이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
김진천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