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딥페이크 성범죄, 우리의 침몰된 디지털 안전

2024-11-22     경상일보

최근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범죄, 예를 들어 납치 빙자 사기, 음란물 제작, 허위 정보 유포 등의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자녀의 얼굴을 합성해 납치된 것처럼 꾸며 부모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9월까지 발생한 납치 빙자 전화금융사기 사건은 174건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성범죄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국회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딥페이크 성 착취물과 불법촬영물로 인한 10대 이하 미성년자 피해자가 22배 급증했다고 한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짜 사진, 영상, 오디오 등을 만드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음란물 제작, 명예훼손 등 부정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딥페이크의 주요 위험성으로는 첫째, 조작된 영상으로 지인이나 가족을 사칭해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가족의 얼굴을 합성해 납치된 것처럼 꾸며 부모에게 금전을 요구한 사례가 있다. 둘째, 특정인의 얼굴을 합성한 음란물 제작이다. 유명 연예인의 얼굴이 합성된 음란물이 온라인에 유포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셋째, 허위 정보 유포이다. 정치인의 발언을 조작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례가 있었다. 넷째, 목소리를 모방해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경우이다. 실제로 유명인의 목소리를 모방해 사기를 시도한 사례도 발생했다.

얼마 전 한 고등학교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가담한 학생이 학교에서 바로 경찰에 연행된 사례가 있었다. 이 학생은 결국 소년법에 따라 처벌을 받았으며, 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상담 치료를 병행하는 조건이 부과되었다. 이 학생은 단독 범행이 아니라 여러 명이 공유하고 제작하는 단체 범죄의 가담자였다. 그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직접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야만 입장 자격이 주어졌고, 그 내용은 점점 수위가 높아져 나중에는 가족의 얼굴을 합성해야 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된다.

경찰은 성인이든 미성년자든 피해를 당한 경우 즉시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유포 후 24시간 이내의 골든타임이 중요하기 때문에 빠른 신고가 필요하다. 피해를 접수한 경찰은 긴급 삭제 지원과 피해자 지원 센터를 통해 피해자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미성년자 피해자의 경우 해바라기센터와 연계해 심리 치료와 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딥페이크 성범죄의 가해자 중 75.8%가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또한 피해자 중 59.8%가 10대이기도 하다. 더 충격적인 점은 가해자 중 96%가 이를 장난이나 호기심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놀이처럼 받아들이는 학생들을 위해 딥페이크 성범죄의 인식 개선 교육의 시급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딥페이크 성범죄의 예방 및 대처법을 살펴보면 우선, 개인정보 보호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SNS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하고 위치 정보나 연락처와 같은 개인 정보를 노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의심스러운 링크를 클릭하지 않고 비밀번호를 정기적으로 변경하며, 비밀번호는 문자, 숫자, 특수문자를 조합해 강력하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SNS 를 통한 모르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며, 피싱과 악성 링크를 경계하는 등의 안전한 인터넷 사용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민감한 사진 및 영상 공유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최근 국회에서는 모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위장 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위장 수사’란 경찰이 신분을 숨기고 범죄자에게 접근해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 방식이다. 정부도 딥페이크 성범죄의 강력한 처벌과 플랫폼의 책임성 강화, 피해자 보호 및 맞춤형 예방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우리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자녀와 함께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예방 방안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화 동의대 교직학부 교수 동의대 메타버스교육연구소 자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