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고별전서 ‘1골 1도움’ 폭발

2024-11-25     박재권 기자

“우승 세리머니 하는 날, 저를 선택하는 과감한 결단을 해주신 코치진에 감사합니다.”

은퇴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폭발하며 완벽한 마무리를 선보인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 박주영 플레잉 코치는 경기 후 자신에게 기회를 준 김판곤 감독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울산은 지난 23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파이널A 마지막 38라운드 홈 경기에서 수원FC에 4대2로 이겼다.

이미 리그 3연패 달성을 확정한 울산은 홈에서 수원을 꺾은 뒤 화려한 대관식을 열겠다는 각오였지만 수원은 만만치 않았다.

후반 중반까지 2대2 동점인 상황에서 김판곤 울산 감독은 후반 28분 박주영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주영은 올해를 끝으로 은퇴가 예고됐다.

김 감독은 경기 내용과 관계 없이 박주영에게 후반 15분 정도 뛸 기회를 주고자 했다. 홈 팬들 앞에서 마지막 리그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고별 인사를 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선 박주영의 활약은 눈부셨다. 교체 투입된 박주영은 후반 39분 골 지역 왼쪽에서 아타루에게 패스를 건네 어시스트를 올렸다.

자신의 K리그 통산 100번째(76골 24어시스트)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박주영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후반 44분에는 이청용이 올린 크로스를 골대 오른쪽에서 슬라이딩하며 슈팅으로 마무리해 득점, 4대2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박주영의 득점이 터지자 김판곤 감독을 비롯한 모든 코치진과 선수들이 그에게 달려가 안겼다. 주심조차 박주영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축하를 보낼 정도였다.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공격포인트 100개를 채우고 77번째 골도 넣은 박주영에게 울산 팬들 또한 환호와 기립 박수를 보냈다.

박주영은 경기 후 “공격포인트를 올릴 거라고 생각은 못 했다. 그저 선수들과 마지막으로 볼 한 번 재미나게 차고 마무리하고 싶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다”면서 “청용이가 기가 막히게 크로스를 올려줘서 득점까지 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이청용은 신인 시절 FC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은 각별한 사이다. 박주영은 2005년, 이청용은 2004년 서울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박주영은 “청용이하고는 어릴 때부터 함께 볼을 찬 사이다.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말을 나눴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그는 “자연스럽게 (은퇴)하고 싶다. 내가 안 보이면 은퇴한 거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판곤 감독은 “박주영이 더 뛰겠다고 우길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농담한 뒤, “15분 안에 공격포인트 해결하라고 했는데 더 잘했다. 더할 나위 없다. 우리나라 대표팀, K리그의 레전드다운, 가장 아름다운 엔딩”이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이청용은 “(박)주영이 형이 마지막 경기에서 도움이든 골이든 서로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상상만 했는데, 그 꿈이 현실이 됐다”면서 “득점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주영이 형은 역시나 승부사다운 결정력을 보여줬다. 주영이 형 덕에 행복한 하루”라고 웃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