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 줄이고 출장소 늘려…고객 편의 뒷전
울산의 금융기관들이 금융 거래가 많은 ‘기업도시 울산’에서 최근 수년 새 영업지점을 대폭 줄이고 출장소를 늘리는 형태로 꼼수 운영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시중은행·지방은행·특수은행을 포함한 울산의 국내은행 지점은 총 102곳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2분기 123곳이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새 20곳(17.1%) 넘게 줄었다. 반면 지난 2019년 19곳이던 출장소는 24곳으로 늘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지점 13곳을 운영하던 것에서 9곳으로 줄였다. 이들 은행은 출장소 등 대체 점포를 마련하지도 않고 지점을 닫았다. 하나은행은 지점과 출장소를 모두 줄였는데, 지점은 10곳에서 9곳으로 1곳 줄었고, 출장소는 6곳에서 4곳으로 감소했다.
특히 울산에서 지점 수가 많은 경남은행의 지점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2019년 2분기 34곳에 달하던 경남은행 지점은 최근 5년 새 10곳이나 줄어 올해 2분기 기준 24곳을 운영 중이다. 출장소는 한곳도 없던 것에서 7곳으로 늘었다.
이처럼 금융업계가 지점을 대폭 줄이고, 출장소를 늘린 것은 비용 절감에 나선 게 가장 큰 이유로 파악된다. 출장소는 지점과 비교해 인력과 운영비용을 20~30% 줄일 수 있어 이같은 감축에 나서는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은행 지점은 감소 추세다. 지난 2019년 2분기 5508곳이던 국내은행 지점 수는 올해 2분기 4706곳으로 14.5%(802곳) 줄었다.
은행 지점이 줄면서 피해는 금융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출장소는 지점보다 근무 인력이 적다 보니, 이용객이 붐빌 때는 지점보다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또 일부 은행의 경우 출장소를 특정 업무에 특화된 형태로 운영해 원활한 금융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출장소는 말 그대로 기존 지점의 인력을 축소해 특화해 운영하는 형태다”며 “은행별로 방침에 따라 운영하겠지만, 출장소는 지점과 비교해 규모가 적고, 취급 업무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경우에 따라 업무가 타 지점 또는 권역 센터로 이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역민을 대상으로 밀착 금융 서비스를 하는 지방은행은 출장소 대신 지점을 꾸준히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비대면 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을 고려해 대면 서비스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역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비용 절감 측면에서 지점을 줄이고 출장소를 늘리고 있다”며 “은행마다 다르겠지만, 지점과 출장소는 큰 틀에서는 같은 업무를 취급한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