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풀’이 꽃보다 아름다워!
얼마 전 서울과 경기도 이천으로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서울 난지 한강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선유도 공원, 송파구 성내천 등의 생태 공원과 하천을 둘러보며 도시 속 지속 가능한 선순환 생태를 엿볼 수 있었다.
도시의 공원과 하천은 그 도시의 생태·환경적 인식을 보여주는 생태 바로미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에는 도심을 관통하며 흐르는 태화강이 있고, 그 주변으로는 태화강 국가정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남구로 들어서면 여천천과 무거천이 도시 곳곳을 실핏줄처럼 연결하고 있고 도시의 허파 기능을 하는 울산대공원, 선암호수공원, 장생포근린공원(장생포 고래문화마을)도 구민들의 힐링 장소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공원이나 하천에는 해마다 4계절 중 겨울을 제외하고는 계절에 맞는 꽃들로 수 놓인다. 여천천과 무거천도 꽃들로 수채화를 그려 놓은 듯 계절마다 다채로운 꽃들로 가득하다. 장생포근린공원도 서부해당화, 버베너, 수국 등 계절별 테마정원을 조성하고 축제를 더해 장생포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보는 이들이 즐겁고 시민들도 많이 이용하는 공원이지만 꼭 꽃이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계절별로 형형색색 공원을 수놓는 화려한 꽃이 아니어도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난지 생태습지원, 성내천을 두루 둘러보며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생태 그대로를 살린 풀과 나무들이 그것이라 느꼈다.
이곳들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까.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은 지난 1997년 국내 최초로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폭 130m, 총연장 4.6㎞ 구간에 버드나무, 갈대, 억대 군락과 습지식물이 6개의 테마로 분포돼 있다. 시민들의 생태학습장으로도 이용되는 이 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생태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 벤치는 물론이고, 동식물들의 휴식을 위해 가로등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의 샛강이 도심 속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이유다.
지난 2010년 조성된 난지 생태습지원은 초화류 50여 종 20만 본이 분포하고 있으며, 2013년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생태의 보고로 그 가치를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고 살아가야만 한다. 우리도 이제는 꽃으로 치유되는 것보다 자연 그대로를 원하지 않을까. 꽃을 심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풀을 잘 관리하면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여의도 샛강생태체험관의 팀장님은 “풀을 관리 안 하는 것 같죠? 다 관리합니다”라고 말한다. 아마도 자연 생태를 보존하는 관리를 의미하는 것 같다.
여천천, 무거천, 선암호수공원, 장생포근린공원도 도심 속 생태 오아시스가 되었으면 한다. 여천천을 거닐다 보면 오리 떼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에 풀을 정리하고 꽃을 심다 보니 오리가 알을 낳을 곳이 없다고 하는 주민도 있다. 우리도 쓰러진 나무를 치우는 것보다 그것을 이용해 동식물의 서식지로 활용하거나 쓰러진 나뭇가지를 이용해 울타리나 놀이터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공원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생태 체험활동도 개발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화 활동을 확산시키는 것도 물론이다.
한편으로는 계절별로 꽃을 심고 교체하는 방식도 재고해 봐야 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꽃이 피고 지는 것, 이것은 물론 자연의 섭리이다. 하지만 공원을 장식하는 꽃들은 상태가 양호해도 교체 시기가 되면 폐기되곤 한다. 예산이 들어가는 부분인데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필자가 명예 도민으로 있는 제주도를 가보면 경관 농업이 활성화돼 있다. 계절에 따라 꽃과 작물을 심는 것을 넘어 그것을 수확·가공해 지역 특산품을 만들기도 하고, 꽃과 작물을 이용한 관광이나 체험도 가능하게 만들어 6차 산업으로까지 주목받고 있다. 우리도 태화강 핑크뮬리나 무거천 벚꽃, 장생포 수국 등을 활용한 특색있는 상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면 경제 활성화에 한 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는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앞둔 이 시점이 울산 남구가 한 차원 더 높은 생태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다.
박인서 울산 남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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