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제조업 인력난, 발등의 불

2024-11-27     경상일보

제조업이 밀집한 울산의 현장인력 구인난은 날이 갈수록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최근 지역의 기업들은 이러한 구인난이 이미 발등의 불이 됐다고 한다. 이제는 외국인이 아니고서는 산업현장을 채울 수 없는 현실에 이른 것이다.

더욱이 생산현장에서 일할 청년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는 청년들의 제조업 기피 현상이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최근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아시아 개도국에서조차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향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한 법·제도는 매우 까다롭게 되어 있다. 이로 인해 대다수 지역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를 필요한 만큼 채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근간에 민선 8기 울산시의 적극적인 대응을 알리는 뉴스들이 필자의 이목을 끈다.

지난 10월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울부경 단체장과 대통령 간담회’에서 울산시 김두겸 시장은 울산형 광역비자제도의 도입·시행을 건의하였다고 한다. 이 같은 규제 완화 요구는, 우리 지역은 주력산업인 조선업 등 제조업 비중이 높아 외국인 근로자 수요가 많은 만큼, 지역 산업현장 맞춤형 정책 추진을 위해 지자체에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미 지난 7월 대통령이 참석한 7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김두겸 시장은 외국인 관련 제도 개선 취지의 건의를 하였다. 이후 8월13일에 열린 지역 기반 이민 정책 활성화 간담회에서 법무부는 광역비자 신규 도입, 외국인 유학생 비자 제도 개선 등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지난 8월30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김두겸 울산시장은 현지 빈곤퇴치고용부 무사예프 베흐조드 장관과 조선업 인적자원개발 공동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울산시의 행보 또한 외국인 근로자의 채용에 따른 지역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다.

핵심은 산업현장에서 일하게 될 외국인 근로자들의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위한 교육기관을 우즈베키스탄 현지에 설립하는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현지에서 실무적인 전 과정의 교육을 받고 들어오게 되면, 기술과 언어 등을 배우는 수개월의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지역 기업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현지 교육과정 이수 중 적성이나 자질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수한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올 수 있고, 현지 브로커로 인해 초래되었던 과도한 수수료 등 불필요한 경제적·사회적 비용 또한 줄일 수 있다.

현지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기술학교 건립을 위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고, 우리 지역 기업에서도 기술훈련 관련 인력들과 교육장비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울산시에서는 비자와 관련한 문제 또한 법무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하니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

우리 울산은 다른 지역과 달리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중화학공업이 대거 밀집해 있는데, 이같은 산업특성에 적합한 외국인 근로자의 수급에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근래에 울산시가 보여준 이같은 대처는 ‘기업도시 울산’에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 울산’을 만드는데 민선 8기 울산시가 보여준 적극 행정의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한 정책에서 울산시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지자체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던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과거에는 그저 중앙정부 정책의 수혜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울산지방정부가 정책의 추진 주체로서 오히려 정부의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의 주체적 역할이 강조된다면, 더하여 지방분권을 앞당기는 데에도 분명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김철준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