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과대포장으로 홍보된 밋밋한 알맹이

2024-11-28     경상일보

마트에서 좋아하는 과자를 사보면 빵빵하게 부푼 봉지에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설렘과 행복함에 싱글벙글 좋은 기분으로 집으로 향한다. 전보다는 봉지가 커졌나? 이리 보고 저리 보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유심히 본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봉지를 열었을 때, 이제 뭐지? 전보다 못한 내용물과 양에 실망을 떠나서 화까지 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내용물의 상태를 어느 정도 유지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이해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가격은 오르고, 내용은 빈약해 지는 부분은 참으로 속상하고 아쉬운 대목이다.

필자는 올 한해도 다양하고 많은 공연과 전시를 관람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과자봉지와 같은 느낌의 공연이나 전시가 적지 않았다. 물론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생각일 수 있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35년 이상 동종 업계에서 예술이라는 장르로 활동하고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필자는 지금의 문화예술이 허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장르를 떠나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서 궁금증을 유발한다고? 그렇다면 그에 따른 결과까지도 성실히 담보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필자가 예술작품들을 관람할 때는 허무함을 떠나 과대 포장지를 열었을 때의 마음과 같다.

예술이라는 것이 개인의 생각과 관념, 그리고 사상을 각기 다른 예술이라는 장르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인데, 실제로는 관객들을 모아두고 본인의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얻으려는 시도를 읽을 수 있다. 관객을 제쳐 두고 본인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려고 행위를 하는 그런 모습을 볼 때, 우리는 ‘대중과 함께’ 혹은 ‘대중화’ 라는 단어가 자꾸만 멀어져가는 느낌이다. ‘대중화’라는 단어의 의미는 ‘소통’이며,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인데, 예술이라는 틀 속에서 나만의 예술세계를 강조하며, ‘따라오라는 식’의 행위는 다시 찾고 싶지 않는 무대 혹은 전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순수예술가들은 이제 화려한 겉 포장이 아닌, 내실에 충실하면서 정도 관객들에게 이해와 감동, 혹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살려서 공감대와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울산에 축제와 지역예술가들의 공연과 전시등이 많아지면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아진 것은 틀림없다. 가족과 연인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예술인들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특히 울산예술의 발전에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으로 모니터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모든 예술인들이 진정성 있는 작품으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해주기를 바란다.

김진완 울산예총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