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래커칠 복구비용,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2024-11-28     경상일보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대학교를 중심으로 건물 및 바닥 등에 시위 문구를 래커로 칠하는 이른바 래커칠 시위가 일어나며 이를 원상 복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복구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민사법상 손해배상책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이고, 다른 하나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이다. 전자는 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로 볼 수 있는데, 시위 주체와 대상간 계약을 맺은 적은 없으므로 여기에 해당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에 해당한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래커칠을 직접 행한 시위 참가자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자이고, 행위와 손해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시위의 주최자는 어떤가? 대법원은 시위 주최자의 책임에 관해 주최자가 불법행위에 직접 가담하거나 지휘한 경우에는 책임을 부담하고, 불법행위에 공모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 책임을 진다고 판시한다. 단순히 시위를 주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불법행위 또는 손해 발생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려워 불법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시위 주최자가 지휘하거나 공모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

여러 명이 공동으로 래커칠을 한 경우, 이들은 공동불법행위자가 되고, 연대 책임을 진다. 즉, 한 사람에게라도 복구비용 전액을 물을 수 있다. 책임 비율에 따라 시위 참가자들의 책임 범위가 달라지고, 내부관계에서 나머지 참가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는 차후 문제다. 만약 시위 주최자에게 책임이 인정된다면, 주최자는 복구비용 전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추후 시위 참가자들을 대신해 지급한 비용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으면 손해는 금전으로 배상하는 것이 원칙이다. 래커 제거 비용, 외벽 도색 등 실제 발생한 복구비용이 손해배상의 범위가 된다. 시위 자체가 정당하더라도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에 위법성이 조각되진 않는다. 시위의 목적이나 정당성과는 관계없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이외에도 재물손괴죄의 혐의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형법 제366조에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재물손괴죄가, 제369조에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며 재물손괴를 한 경우에는 특수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다만 불법행위자를 특정하는 것이 문제다. 시위 주최자의 공모 사실을 입증할 수 있으면 주최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행위자를 특정해야 한다.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이나 형법상 재물손괴죄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누가 했는지 모르면 그 책임을 묻기 어렵다. CCTV 영상이나 사진 등으로 행위자를 특정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위의 자유는 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해 보호되는 기본권이다. 시위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도 시위 방법을 정할 수도 있다. 법원도 시위의 자유는 민주정치 실현에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므로, 그 제한은 공공의 안녕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어, 시위의 자유를 제한할 때는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하는 과잉금지원칙을 적용한다.

다만, 아무리 중요한 집회의 자유라고 할지라도 다른 기본권과의 조화는 이루어야 하기에 법률로써 위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8조는 시위 참가자의 준수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주최자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재물손괴 등 위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최근 시위에를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로부터 학습권 침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자유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사해야 그 정당성을 인정받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여 다른 사람의 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박순영 변호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5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