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심각해지는 기후변화,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2024-11-28     경상일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나무가 기후변화로 말라 죽어가는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무종도 같은 현상이 예측된다고 한다. 채소나 과일도 예상치 못한 흉작이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어업 역시 수온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반도 주변 바다 온도는 지난 100년 사이에 1.5℃ 상승했다. 바다의 수온 상승은 특이한 날씨를 만든다. 한반도의 겨울 날씨 특징인 ‘삼한사온’이 깨어지고 있다.

11월1일, 구소련 시절 최대의 유전이 있던 바쿠에서 열렸던 UN기후회의인 COP29에는 불참하는 국가들이 많았다. G20 정상들은 죄다 불참하였다. 내년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미국의 대통령은 석유산업을 크케 키워 미국을 더욱 부강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한다. 아마도 세계는 분명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195 당사국들이 참여한 ‘파리기후협약’에서의 ‘탄소제로’ 시점은 최소 50년 혹은 그 이상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와 우리 자녀들의 남은 인생 동안, 거대한 빙하·빙산은 계속 녹을 것이고, 해수면은 계속 상승하고 태풍은 더 치명적이 될 것이며, 깨끗한 물은 더 귀해지고, 더 많은 산불이 통제 불능으로 타오를 것이다. 날씨는 전반적으로 더 뜨거워지고 더 격렬해질 것이다. 진드기와 모기 덕분에 질병이 우리 삶의 더 친숙한 부분이 될 것이다. 계절 패턴의 변화는 더 많은 동물을 멸종으로 몰고 갈 것이다. 세계 인구 증가는 식량, 물, 그리고 살 수 있는 땅을 부족하게 만들 것이다. 그 결과 세상은 갈등과 고통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CBS 특파원인 데이비트 포크는 그의 책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방법>에서 기후 위기가 시작된 지금, 기본적으로 우리는 완화(Mitigation), 적응(Adaption), 그리고 고통(Suffering)이라는 세 가지 선택만을 가질 수 있다고 하였다. 완화는 기후변화를 멈추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대체에너지로 바꾸는 시도와 더불어 비행기를 덜 타며 자가용 운전을 덜 하는 것이다. 또한 현명한 농사법과 기술을 채택하는 것이다. 적응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을 의미한다. 방파제를 쌓고 집을 옮기며, 더위에 강한 나무를 심는 일이다. 고통은 앞으로 당할 피해를 말한다. 예를 들어 비유해 보면, 우리가 옷을 다 차려입었는데 갑자기 비가 심하게 내리기 시작했다고 가정할 경우, 완화는 비를 말리려고 하늘을 향해 헤어드라이어를 돌리는 것이고, 적응은 우산을 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이들 각각을 조금씩 같이 시행해야 하며, 어떤 조합이 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은 넓고 풍요한 땅을 가진 미국에 적용하는 방안들이다. 그래도 내일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고 숲을 베어내는 일을 멈추어도 기후변화는 바로 멈추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에, 우리는 적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몬산토는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유전자 변형 기후저항성 작물을 만들고 있고, 스타벅스는 새로운 기후적응성 커피콩을 개발하면서 극한 기상 상황을 수학적 모델에 통합하기 위해 기후학자와 통계학자까지 고용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홍수로부터 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뉴올리언스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안 보호 시스템을 건설할 예정이며, 비슷한 프로젝트가 뉴욕시에서도 계획되어 있다. 자카르타시는 길이 15㎞의 엄청난 방조제 건설, 런던시는 길이 10㎞, 폭 8m의 ‘슈퍼 하수구’, 도쿄시는 깊이 80m 이상의 지하 저수조를 건설할 계획이 있다. 중국은 600개 이상 도시에 투수성 포장 도로, 인공 연못과 습지, 꿈의 정원, 지하 저장 탱크 사업이 진행 중이다. 베니스는 폭풍이 칠 때 도시를 보호할 10t짜리 이동식 방파제를 건설 중이며, 저지대 국가인 네덜란드는 홍수 방지에 연간 약 2조원의 예산을 지원하며, 미국 연방비상관리국은 홍수가 잦은 저지대 주택 4만3000채를 매입·이주시켰다. 중국은 지금 전 세계의 괜찮은 경작지를 사들이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는 무엇을 할 것인가?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