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메가톤급’ 눈송이
보통 눈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때 내린다. 눈송이가 아주 잘면(싸락눈) 춥고, 눈송이가 크면(함박눈) 날씨가 비교적 따뜻하다. 상층의 온도가 낮을 때에는 눈이 얼어붙어서 눈송이가 되지 못한 가루눈이 내려 눈발이 떡가루처럼 잘게 내리는 반면 상층의 온도가 높으면 눈의 일부가 녹으면서 그 습기로 눈송이가 점차 커져 함박눈으로 내리게 된다.
따라서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 싸락눈이 날리는 날보다 더욱 포근한 것이다. 이렇게 추위정도에 따라 크게 ‘습설(濕雪)’과 ‘건설(乾雪)’로 나뉘는데, 습설은 ‘함박눈’이 대표적. 함박눈은 다수의 눈결정이 뭉쳐 눈송이를 형성해 내리는 눈으로 영하 15℃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에서 형성되고 습기가 많다. 습설은 -1~1℃ 사이에 나타나기 때문에 주로 2~3월에 내린다. 반면, 건설은 -10℃ 아래로 떨어지는 12월~이듬해 1월의 추운 날씨에 가루형태로 내리는 눈으로 ‘싸락눈’이 그런 것이다. 싸락눈은 백색의 불투명한 얼음알갱이로 -30℃ 이하의 찬 공기에서 형성되고 전혀 뭉쳐지지 않는 건조한 가루모양으로 대체로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한 날 내린다.
이렇게 추운 눈과 따뜻한 눈의 각기 다른 성질 때문에 같은 폭설이라도 ‘습설(濕雪)’이냐, ‘건설(乾雪)’이냐에 따라 그 피해가 달라진다. 눈송이 하나하나는 무게를 느낄 수 없지만 눈이 누적해서 쌓이게 되면 ‘메가톤급’으로 돌변한다. 대게 1㎝ 내린 눈은 1㎜ 정도의 비가 내린 것과 같은 양. 하지만 그 파괴력은 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습설의 경우 쌓인 눈은 시간이 갈수록 더 무거워진다. 폭 10m, 길이 20m인 비닐하우스에 50㎝의 눈이 쌓일 경우, 최대 30t이 넘는 하중이 걸리게 되는데 이는 비닐하우스 위에 15t 트럭 2대가 올라있는 셈이다. 이번주 찬공기 확장과 함께 다가온 강수구름이 비보다는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많은 눈을 뿌렸다.
기상청은 눈으로 인한 피해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가벼운 눈’ ‘보통 눈’ ‘무거운 눈’ 등 3단계로 구분해 ‘눈 무게 예보’를 시행하고 있다. 피해가 우려되는 ‘습설’이 예상되면 ‘평균보다 습하고 무거운 눈’이라는 정보가 기상 예보와 함께 제공된다.
폭설이 잦은 강원과 경북 북부 동해안, 전남 지역부터 시행된 눈무게 예보는 올 겨울부터는 전국 모든 시군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올 겨울 날씨를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 겨울 결코 춥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극한의 이상고온과 극한의 이상저온이 공존하는 가운데, 한기가 남하할때는 폭설이 늘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관측이래 가장 뜨거운 상태를 보이는 바다가 대기 중으로 상당량의 수증기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진짜 겨울이다. 올해 폭설 첫눈을 교훈삼아 한파와 폭설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와 대처로 안전한 겨울 준비를 하자.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