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22)]최저임금 결정구조 및 기준 개선 필요하다
지난 7월 사상 첫 ‘1만원’ 시대를 열었다는 상징성만 남기고 2025년 최저임금 결정구조에 대한 노사 모두의 불만만 안겨주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노사 합의는 여전히 미흡했고, 공익위원이 정한 심의촉진 구간 내에서 노사가 희망하는 수준을 정해 노·사·공 27명의 최임위 위원들이 전원 투표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이미 오래전부터 최저임금 결정구조 및 결정기준을 놓고 비판이 쏟아졌으나 개편 논의는 부진했다. 더욱이 매년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노사 합의를 전제로 했으나,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노사 합의로 결정된 적은 7번에 불과했다. 최근 몇 년간은 노사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노사 간의 대립은 치열했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이 마치 개별 기업의 노사가 임금 협상을 하듯 진행돼 소모적 갈등과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에서도 이번 확정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사 양측의 합의가 아닌 극한의 대치만 이어오다가 결과적으로 승자가 없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로 고용을 유지하기도 힘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노사 모두가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의 절규를 외면한 처사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매번 최저임금 결정이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면서 노사 간 힘겨루기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현실을 반영하기 어려운 최저임금법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불필요한 노사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
경총은 그간 소모적 논쟁과 극심한 노사갈등을 촉발해 온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필요하고 제도개선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고, 한국노총도 2025년 최저임금은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위원의 동결,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 정부의 월권과 부당한 개입으로 최저임금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결정기준 개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어 왔고 이를 반영해 제도와 운영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부 학자들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 및 현장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저임금 근로자와 영세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노사가 공통으로 문제시하는 부분은 결정 기준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소비, 소득, 임금 관련 대부분의 지표들이 추산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은 국민경제생산성 상승률을 고려한 경제 성장률, 소비자 물가상승률, 취업자 증가율 등을 산식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 왔다. 2025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도 공익위원들은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을 뺀 4.4% 이내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일반 노동자나 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위해서는 생산성과 사업주의 지불능력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 시기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 노사 공익위원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낸 것처럼 상반기에 임금 관련 통계를 촘촘하게 조사하고, 9~10월 집중 논의한 후 11월 국회 예산심의 일정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사회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최저임금 심의는 8월5일 정부고시 기간에 맞춰 6월 한달간 집중논의하고 7월15일 전에 결정해야한다. 특히 심의기준인 임금노동통계를 전년도 수치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실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해의 경제상황과는 다소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이미 중위 임금 대비 62%를 넘어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다만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현실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또 다른 을인 자영업자에게 더욱 큰 어려움을 가져다주는 것이 현실이다. 업종별 차등적용과 관련한 노동계와 사용자측의 공방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계 주장대로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을 도태하도록 둔다면 경제적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며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업종만 남게 된다면 산업구조 자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반면 노동계의 주장처럼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받은 업종은 낙인 효과를 받고 구인난에 더욱 시달리게 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업종별 차등적용이 저임금근로자의 생계 보호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차등 적용할 업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은 더욱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다. 만약 시행하더라도 업종별로 다른 최저임금액을 결정하는 것보다 차등 적용을 받는 업종에 대해서 한시적으로 일정 비율을 감액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임금 불평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포함한 근로시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노사 간의 사회적 대화가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최저생계비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는 근로자와 고용의 81%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 기업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내년에는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구조에 대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고 을과 을의 전쟁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한국지속가능경영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