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왕암 옛 교육연수원 철거의 아쉬움
대왕암공원에 자리잡고 있는 옛 교육연수원이 철거된다고 한다. 동구청은 이 건물이 수년째 흉물화가 진행되고 있어 대왕암공원의 절경을 해치고 있다며 철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구청에 따르면 연수원 건물은 건물안전진단 결과 C등급을 받았다. 이에 동구청은 내년 2월까지 본건물과 바로 옆 화장실 등을 철거하기로 했다.
옛 교육연수원은 고 이종산(1896~1949년) 선생이 1947년 전 재산을 털어 동구 교육 발전을 위해 설립한 사립 방어진수산중학교의 전신이다. 이후 이 학교는 시교육청에 기부채납된 뒤 공립 방어진중학교로 개편됐다. 이어 1998년에는 울산교육연수원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2008년 울산시교육연수원으로 운영됐다. 이 과정에서 경상남도 학생수련원, 경상남도 교육원수원 분원 등으로도 사용됐다.
옛 교육연수원은 많은 교원과 학생들에게 추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특히 이 곳은 울산 교육의 태동이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종산 선생은 1896년 동구 동부동에서 태어나 일산동에 터를 잡고 후리어장을 운영해 큰 돈을 벌었는데, 초등학교만 나온 것이 못내 아쉬워 해방 후 1947년 거액을 내놓고 방어진 수산중학교를 설립했다. 이후 선생은 서울을 직접 방문해 설두하 선생을 초대 교장으로 추대하고 본격적으로 학교 운영을 했다. 이종산 선생 공덕비에는 “우리 조국이 광복하매 그 모은 토지 삼만 사천평과 돈 이백만원을 다 바쳐서 재단법인을 만들고 방어진중학교를 세워서 지방 청년의 진학의 길을 열었다.”라는 글이 남아있다.
동구 관계자는 “옛 교육연수원 건물을 조속히 완전 철거해 천혜의 자연경관을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또 주변 수목을 정비하고 자연학습 생태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빨리 철거하는 것이 시민들의 바람이라고 동구청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는 “1962년 공업지구 지정 이후 울산은 새로운 것, 거대한 것에만 집중해 왔다. 이제 그리운 것, 소박한 것의 가치에도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때다. 남고 싶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를 위해 가야만 할 길이다.”고 말하고 있다. 이 교수는 “특별한 장소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 건축물을 보존하지 않는다면 울산의 역사는 그 깊이를 더 할 수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건물안전진단 C등급과 건물 철거에만 매몰돼 정작 우리 울산의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는지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