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이 간 중구의 자존심, 다시 힘차게 전진해야
전국의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그 도시를 나타내는 조형물이 존재한다. 울산의 경우 근대화를 이끌었던 산업수도의 상징인 공업탑이 그 대표적인 예다.
중구에는 성남동 원도심의 시계탑이 울산 근대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조형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 울산을 이야기할 때 시계탑 사거리는 빠지지 않는 장소다. 시계가 귀하던 시절 주요 약속 장소 중 한 곳이었던 시계탑 사거리는 그만큼 상징성이 높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시계탑에 위치한 모형 기관차는 많은 관심을 받는다.
시계탑 모형 기관차는 지난 2015년 10월 성남동 원도심 시계탑 사거리에 청동돔 및 시계 조형물 등과 함께 설치돼 운영됐다. 하지만 2020년 8월 이후 모형 기관차는 시동이 꺼졌다. 잦은 고장 탓이다.
시민들은 이곳을 지나갈 때면 매시 정각에 들려오는 기관차 경적 소리를 듣고 철로를 올려다 본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열차를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재가동은 어렵다. 해당 모형 기관차를 제작했던 업체는 기차 레일과 조형물 제어 장치, 동력 공급 문제 등으로 더 이상 가동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중구에 전달했다.
즉, 자신들의 역량 부족을 인정한 셈이다. 이러한 업체와 함께 손을 잡았던 종갓집을 자부하는 중구의 자존심에도 금이 간 상태다.
이에 중구는 올 연말까지 시계탑 조명 개선을 비롯해 모형 기관차의 정상 운영을 위해 제작 업체 등을 견학하는 등 정비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최근 김영길 중구청장은 성남동 원도심 일대에서 진행된 2024 하반기 현장 간부 회의에서 시계탑과 모형 기관차 등을 둘러봤다.
김 중구청장은 “기존 제작 업체에 대한 신뢰감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멈춰버린 모형 기관차로 인해 구민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구는 현재 모형 기관차를 새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철도박물관 디오라마(무궁화호)의 제작 참여와 인천송도역사 증기기관차 복원 진행에 나선 한 제작 업체와 교감도 나눴다. 오는 5일에는 김영길 중구청장이 다시 한번 시계탑을 방문해 현장 점검에 나선다고 한다.
주변 상인들도 모형 기관차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인근에서 금은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시민은 “모형 기관차를 재가동할 방침이라면, 매시 정각마다 운영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하루에 한 번 꼴로 기차를 가동시키는 등 부산의 영도다리처럼 특색 있는 형태로 운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구는 연말을 맞이해 야간 경관 조성 사업, 눈꽃 축제 개최 등을 통해 성남동 원도심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징성을 가진 조형물부터 정비가 필요하다. 그 시작은 요란한 기적소리와 함께 다시 힘차게 전진하는 모형 기관차가 돼야 한다.
박재권 사회문화부 기자 jaekwo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