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울산시립무용단 제48회 정기공연 ‘덧배기 블루스’

2024-12-03     권지혜 기자
“한국적인 미, 또 흥과 멋이 돋보이는 무대였습니다.”

울산시립무용단 제48회 정기공연 ‘덧배기 블루스’가 지난달 29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전혀 다르지만 닮아있는 덧배기(경상도 지방의 야류나 오광대놀이 등에서 추는 대표적인 춤사위)와 블루스가 만난 이번 공연은 무용수들의 흥과 멋이 돋보였다. 앞선 정기공연에 비해 스케일이 간결해져 무용수들의 춤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만 세트와 조명 활용이 아쉬웠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연은 달이 떠있는 무대 위 무용수 혼자 한국무용, 블루스, 마이클 잭슨 춤 등을 추는 것으로 시작했다. 아무런 음악 없이 정적인 상태에서 음악이 시작되고 무용수의 움직임도 음악에 맞춰 커져갔다.

공연은 무용수들의 즉흥성에서 나오는 흥과 멋이 인상적이었다. 통일된 듯하면서도 각자의 흥에 맞춰 자유롭게 움직이는 몸짓은 공연을 다채롭게 꾸몄다. 원 모양으로 둥글게 선 무용수들 위로 희망을 상징하는 불빛(조명)이 내려오고 강렬한 음악이 터져나오는 장면은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블루스 음악에 맞춰 홀로 서 있는 무용수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몰입하며 여운을 즐겼다.

영남지역의 춤이자 한국 춤의 원류를 담고 있는 덧배기에 현대 대중음악의 뿌리인 블루스가 접목됐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분명히 슬픈 음악이지만 희망을 뜻하는 조명과 결합해 무겁지 않았다.

사라졌던 달이 다시 떠오르고 무용수들은 장기자랑 대형으로 앉아 관객과 호흡했다. 무용수들의 익살스러운 몸짓, 높은 기술의 춤사위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공연은 모자를 쓴 무용수 한명이 무대에 남아 춤을 추는 것으로 끝났다. 공연의 시작과 끝이 통일되며 완벽한 기승전결로 마무리됐다.

이번 공연은 전통을 깊이 탐구하며 전통을 현대화 하는 것과 동시에 동시대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해온 울산시립무용단의 성격이 크게 담긴 무대였다. 이에 앞선 공연인 서퍼, 벨신, 춤꾼, UMDC Contemporary 무대에 비해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주은미(34·울산 남구)씨는 “한국적인 미, 흥과 멋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무대 구성과 장면이 다양해서 좋았다”며 “다만 앞선 정기공연들에 비해 단조로워 아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선영 울산무용협회장은 “자진모리 장단에 맞춘 무용수들의 춤사위에 흥을 느낄 수 있었다. 무용수들의 의상도 무대와 잘 어우러졌다”며 “무용수들의 춤을 많이 보여주고자 한 의도는 이해하나 세트와 조명 활용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