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도시디자인이 변화시키는 울산의 이미지

2024-12-04     경상일보

울산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반구천 암각화를 보유한 도시로, 선사시대부터 이어온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를 자랑한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급격히 진행된 산업화로 인해 ‘회색빛 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이에 따라 도시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특성이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다. 산업화는 경제 성장과 도시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지만, 동시에 도시 경관과 문화적 정체성을 퇴색시켜 울산의 이미지를 저하했다.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대에 도시 이미지는 방문객에게 주는 첫인상뿐 아니라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긍정적이고 매력적인 도시 이미지는 인구 유입과 경제 발전, 관광산업 활성화의 기반이 되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도시가 도시 이미지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도시디자인을 핵심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도시디자인은 단순히 도시를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능성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거에는 주로 도시공간의 미적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도시 문제 해결, 지역사회 통합,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오늘날의 도시디자인은 물리적 공간을 설계하는 것을 넘어, 도시를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둔다.

도시디자인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포괄성과 접근성을 중시한다. 이는 나이, 성별,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둘째, 공공성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도시디자인은 단순히 개인의 편의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지향한다. 셋째,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며, 도시의 미래 발전과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울산은 다양한 도시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신복로터리 개선 사업이 있다. 1973년, 울산고속도로 준공을 기념하는 상징탑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신복로터리는 울산의 관문 역할을 해왔지만, 복잡한 교통체계와 인접한 신복고가차도와 중첩되는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방문객과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2023년, 신복로터리를 평면교차로로 전환하면서 도시의 관문은 개방적이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차량 흐름이 개선되고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성이 대폭 향상되었다. 더불어 주변 환경이 개방적으로 변화하면서 도시 연속성이 회복되었고, 시민들의 심리적 안정감도 높아졌다. 이 사업은 울산이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도시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공적인 도시디자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도시디자인은 울산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도시디자인은 주민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공간이 단순한 이동의 경로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고 교류하며 문화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장소가 된다면, 이는 도시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울산의 자연환경과 역사적 자원을 활용해 독창적이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도시디자인을 개발하면, 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매력있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성공적인 도시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 스스로 도시의 주체임을 인식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도시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도시디자인은 도시 외형의 변화를 넘어 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수단이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창의적 접근과 시민들의 공감을 기반으로 도시디자인 사업이 지속된다면, 울산은 경제적 풍요와 더불어 수준 높은 문화와 삶의 질이 공존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앞으로도 도시디자인이 울산의 이미지를 더욱 더 매력적이고 긍정적으로 만들어 가는 데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