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성 치매, 산소부족으로 뇌질환 발병
2024-12-04 차형석 기자
◇‘혈관성 치매’ 뇌 손상되는 질환
치매는 기억력 장애와 더불어 언어 장애, 시공간 능력 저하, 성격 변화, 계산 능력 저하를 일으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질환이다. 치매의 유형으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알츠하이머병)가 전체 치매의 70~80% 정도로 가장 흔하고, 이어 혈관성 치매가 20~3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로 가는 혈액 순환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산소·영양 공급 부족으로 인해 뇌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특히 기억력과 판단력을 담당하는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증상은 서서히 나타날 수도,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다.
반면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나 타우 단백질이 오랜 기간 쌓여 걸린다.
다만 증상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다. 특히 혈관성 치매 중에서도 피질하(subcortical) 치매는 알츠하이머병과 아주 비슷하다. 피질하는 뇌의 표면에 가까운 부분으로 인지 기능과 밀접한데, 이 부분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아주 서서히 혈관성 치매에 걸린다. 이 경우 알츠하이머병과 임상적 증상이 매우 비슷하다.
동천동강병원 정하늘 전문의는 “혈관성 치매는 뇌경색 후에 치매가 오는 경우가 있고, 소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질환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치매가 있다”며 “건강검진이나 두통, 어지럼증과 같은 증상으로 머리 MRI를 시행했을 때 뇌가 하얗게 변하는 ‘백색변성’이라고 하는 뇌의 퇴행성 변화가 심해질 경우 치매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관성 치매의 병리 기전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흡연과 같은 혈관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기저질환에 의해 뇌로의 혈액순환이 감소하게 돼 이차적으로 뇌세포의 산화 스트레스, 염증반응, 혈액-뇌장벽 손상, 응고기전의 장애 등을 일으켜서 뇌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전문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는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어서, 둘을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임상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는 인지검사 상 기억력이 초기에 저하되는 경향을 보이고, 혈관성 치매는 전두엽 기능이 먼저 저하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생활습관 중요
치매는 조기 발견과 관리가 중요한데, 진단이 늦어질수록 증상이 악화하고 치료와 관리의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 특히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효과가 입증된 인지 개선 치료제가 없다.
뇌경색 증상과 같이 나타난다면 뇌경색 치료제인 항혈소판제 등을 쓸 수는 있지만, 혈관성 치매만을 치료하기 위한 약은 없다. 기존에는 콜린에스터분해효소 억제제라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혈관성 치매 치료제로 처방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 혈관성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지 검증한 대규모 임상 3상 시험에서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지난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약물을 혈관성 치매 치료제로 처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예방법 자체는 알츠하이머병이나 뇌졸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이나 뇌경색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 전문의는 “고혈압·고지혈증·당뇨·비만이나 술·담배 같은 위험인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또 건강한 수면 습관과 채소 위주의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생활 속 관리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과 뇌 자극 활동은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균형 잡힌 식단, 특히 오메가-3와 항산화제가 풍부한 식품 섭취는 뇌 기능 보호에 유익하다.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는 뇌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고 새로운 기술이나 취미를 배우는 것도 효과적인 예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정 전문의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이 기본”이라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성 질환에 대한 관리와 더불어 금연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억력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느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검사받아야 한다. 예방을 위해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